꾹 참았던 감정들
그렇게 큰 시련을 겪고 나서 저는 코로나 시절을 거쳐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와 같은 동네에 있었기에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첫 친구들과의 추억들을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제안(?)으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기독학교기에 더 걱정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기독학교의 그 종교 때문에 힘든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학교는 너무나 저와는 달랐습니다.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싶었던 저의 의지와는 다르게 많은 아이들이 저를 다르게 판단하고는 했습니다. 큰 시련 이후 내향적으로 변해버린 저에게는 외향적인 가면을 쓴다는 것은 큰 용기였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면을 내비칠수록 사람들은 저를 활기차지만 철없는 역할로 알고 있었습니다. 뭐 의도는 정확히 들어맞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 아닌 터라 꽤 죄책감도 들고 진짜 나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이 들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친구도 많이 사귀고 성적도 좋아서 학교에서 인정을 받아왔지만, 진짜 문제는 진정한 제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내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날 뒤로 할 거라는 두려움에 우울감이 지속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보여주면 날 피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우울감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결과는 좋아 보이지만 속에는 곯고 있던 것이죠. 마치 멀쩡해 보이는 수박 안에 벌레가 살고 있었던 것 같은 것이죠. 그러나 활발하다고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이 많은 이들과 잘 어울리고 맞춰주다 보니 저를 무시하기 시작했고, 선을 넘는 농담까지 하면서 저에게 상처를 주곤 했습니다. 외모 비하도 서슴지 않았고, 제가 들키기 싫어하는 부분까지 들춰보려고 하는 등 선을 넘고 학교가 가기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울기는 너무 창피하고 약해 보이니까 매일 그저 일기에다가 하소연과 극단적인 호소만 써내려 갔죠. 그렇게 6개월을 버티다가 도저히 이 우울감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아서 제주도로 내려갔습니다. 사실상 우울감을 벗어나려고 회피하는 거죠. 처음에는 여행도 할 수 있고, 지옥에서 벗어난 느낌이었지만, 아직 풀리지 않았던 감정이라 감정은 심화되고 결국 우울증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움직이기도 힘들고, 우울하기 보다도 의지는 없고,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 또한 없었기 때문에 우울증은 나날이 심해졌고, 학업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될 정도로 많이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저는 병원에 가는 정도까지 이르렀고, 꾹 참았던 감정은 나에게 화살이 돌아와 자신에 대한 혐오와 아픔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첫 도덕 1단원의 내용은 '나 자신을 사랑하기'입니다. 나 자신이 가장 인생에서 중요하고도 내가 내 인생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이치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겠죠. 별거 아니라고 참았다가 자기 자신을 망쳐 시련에서 트라우마로 번지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만큼 나 자신도 소중히, 그리고 힘들지 않게 대해주는 것이 일상생활에서도 힘들지 않고 잘 이겨낼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시련은 좋은 점도 있지만 마음의 병까지 오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겨내기보다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