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
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특별전시>
1. 겸재 정선.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진경산수화 세계를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호암미술관에서 개최하였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을 주제로 한 기존 전시들과 달리, 16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들을 총망라하여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본 전시 작품 중 금강산과 옛 서울인 한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호임미술관 《겸재 정선》<전시 서문>
호암미술관은 한국회화사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회화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본 전시에는 정선의 대표작 165여 점이 출품될 예정이며,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물론 산수화,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정선의 회화세계 전모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지금껏 정선을 주제로 한 전시들은 종종 있었으나, 정선 회화세계의 전모를 주요 작품들을 통해 보여 주는 전시는 처음입니다. 정선이 남긴 작품에 나타난 내면세계와 예술혼까지 살펴보는 이 전시는 정선의 회화세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특히 전시는 고미술계 양대 사립기관인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합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정선의 주요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기관으로, 함께 출품되는 재단의 작품,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 및 개인들의 주옥같은 작품들과 어우러져 정선 회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6년 하반기에는 대구간송미술관에서 본 전시의 주요 작품 및 출품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을 더해 순회전이 개최될 예정입니다.
호암미술관
2. 겸재 그리고 금강산.
정선의 금강산 방문은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평생 세 차례에 정도 확인된다. 1711년 이전에 한 차례, 1711년 이후 2회, 그리고 70세가 넘은 1747년에 마지막 방문을 한 기록되어 있다. 당시 금강산 유람은 극히 어려운 여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 차례나 유람하였다. 그 결과, 다른 문인 및 화가들과 비교하면 금강산을 소재로 한 작품을 월등히 많이 남겼다.
"금강전도(金剛全圖)"와 "풍악내산총람도(楓嶽內山總覽圖)"는 그가 남긴 금강산 그림 중 가장 큰 백미와 관찰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금강전도(金剛全圖)"는 금강산의 내산(內山)을 부감식(俯瞰式)으로 바라본 원형 구도로 그린 산수화이다. 정형적인 원형이 아닌, 태극(太極) 문양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그려져 있다. 이는 토산으로 표현된 수림(樹林)과 수직준(垂直皴)으로 묘사된 암산(巖山)의 영역을 구분되어 있기에 보이는 현상이다. 어쩌면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의도된 연출일 수도 있다.
반면 “풍악내산총람도(楓嶽內山總覽圖)”는 토산의 수림(樹林)의 비율이 높으며 전체적으로 “금강전도(金剛全圖)”에 비해서 화풍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금강전도(金剛全圖)”는 금강산의 전체적인 시원한 느낌을 화면에 담았다면, “풍악내산총람도(楓嶽內山總覽圖)”는 여름과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신묘년풍악도첩신묘년(辛卯年風樂圖帖)》은 1711년(36세)에 금강산을 다녀온 뒤 그린 그림으로 그가 그린 금강산의 기년작(紀年作)으로 보고 있다. 본 화첩은 13면의 금강산 그림과, 화첩의 내력 및 탐방 기록을 담은 발문 1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風樂圖帖)》은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을 비롯하여 <금강내산총도(金剛內山總圖)>, <피금정(披襟亭)>, <장안사(長安寺)>, <보덕굴(普德窟)>, <옹천(甕遷)>, <해산정(海山亭)>, <문암(門巖)>, <총석정(叢石亭)> 등 13점의 다채로운 금강산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금강산의 명소들이 다채롭게 묘사되어 있으나, 비로봉(毗盧峯)은 특히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갈필(渴筆)로 표면의 처리하여 그림의 중량감을 더했고, 수직준(垂直皴)으로 여러 낮은 산들을 배치하여 주산(主山)인 비로봉(毗盧峯)을 더욱 부각했다. 또한, 수묵의 농담(濃淡)으로 색을 넣었기에 암산(巖山)의 무게감을 강조하였다. 이는 비로봉(毗盧峯)이 비로자나불(毗盧遮那佛)을 상징하는 봉우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불상(佛像)의 엄숙함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3. 겸재가 그린 한양의 비경(祕境).
조선시대 대표 화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은 금강산 그림 못지않게 많은 작품을 서울 옛 이름인 한양을 소재로 많이 그렸다. 한양 거주 시절, 다수의 한양의 산수(山水)를 남긴 것은 사실이나, 그중에서도 뛰어난 시각으로 한양의 비경(祕境)을 화면에 담아내었다. 특히 그의 거주지였던 장동(壯洞) 일대를 묘사한 작품들이 주목할 만하다. 장동(壯洞)은 현재 서울 종로구 통의동, 효자동, 청운동, 자하동 일대에 해당하며, 북악산(北岳山) 기슭에서 인왕산(仁王山) 남쪽 기슭까지 아우르는 산천(山川)의 풍경을 담고 있다.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은 장동(壯洞)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섬세하게 묘사한 그의 수작(手作)이다. <紫霞洞>, <聽松堂>, <대은암(大隱巖)>, <독락정(獨樂亭)>, <취미대(翠徵臺)>, <청풍계(淸風溪)>, <수성동(壽城洞)>, <필운대(弼雲臺)> 등으로 구성된 화첩은 폭마다 뛰어난 산수화의 경지를 보여준다.
겸재의 만년, 즉 노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은 그의 노련한 기량과 원숙미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더불어, 소폭에서도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며, 그의 회화적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 소나무의 묘사는 능숙하며, 섬세한 선묘와 태점(墨點) 등 70대 노년의 원숙한 화풍을 잘 나타나 있다.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작품 중 현재 청와대에 해당하는 지역을 그린 것으로 취미대(翠徵臺>, 은암동록(隱巖東麓), 북단송음도(北壇松陰圖)가 있습니다. “취미대(翠徵臺)”는 청와대 본관 서 측 영역, 영빈관과 조선 왕들의 생모 7인의 신위를 모신 칠궁(七宮) 주변으로 추정한다. “은암동록(隱巖東麓)”은 청와대 동쪽, 관저와 침류각(枕流閣) 인근으로 추정한다.
마지막으로 “북단송음도(北壇松陰圖)”는 청와대 본관 앞에 있었던 회맹단(會盟壇)을 묘사한 것으로, 회맹단(會盟壇)은 조선 중후기 경복궁(景福宮) 신무문(神武門) 밖에 있던 장소로 임금과 신하들이 회맹제를 거행하던 곳이다.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으로 경복궁(景福宮) 및 후원과 함께 소실되었으나, 정선(鄭敾, 1676~1759) 당대에도 일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4. 마무리.
이 외에도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풍성하게 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산수화(山水畵)를 비롯하여 영모(翎毛), 화훼(花卉), 초충도 등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의 폭넓은 화업(畫業)을 꼼꼼히 감상할 수 있다. 본 전시는 곧 종료되지만, 내년 대규모 겸재 정선 전시 개최 계획이 있어, 아쉬움보다는 기대하고 전시를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