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
1.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조선건국 시점부터 16세기까지의 전기시대 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특별 전시를 기획하였다. 그동안 조선 후기 예술품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는 있었으나, 이처럼 조선전기 미술품만을 집중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는 매우 이례적이다. 다양한 미술품 중에서 산수화를 중심으로 소개하려 한다.
<전시서문>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6월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을 개최합니다.
1392년, 새 나라 조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의 시작과 함께 미술에도 새로운 기운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 건국부터 16세기까지는 지난 시대의 물질적 기반 위에 유교 국가의 새로운 이상과 아름다움을 지향한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전에 본 적 없는 미술이 만들어졌습니다.
중앙집권 체제가 확립은 전국의 도자 생산을 통제했고, 품질을 끌어올려 하얀 분청사기와 백자를 탄생시켰습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인 사대부는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상향을 추구하면서, 이를 검고 깊은 먹의 농담으로 그려낸 수묵산수화로 구현했습니다. 유교의 시대가 열렸지만 현실의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는 불교는 여전히 금빛으로 빛나는 미술을 남겼습니다.
조선이라는 새 나라의 시작과 함께 국가와 사대부, 백성이 만들어 낸 미술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미술의 기반을 형성했고,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새 나라의 희망으로 가득찬 시대, 새로운 미술을 소개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2. 사계산수_산시청람.
조선전기 산수화는 명나라 절파화풍(浙派畫風) 수용 이전까지 안견 화풍과 중국 남송 원체화풍(院體畵風)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절파화풍(浙派畫風)을 융합하여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조선전기와 중기의 산수화는 ‘관념산수’ 또는 ‘정형산수’로 불리며, 자연 세계를 관념적 또는 시화(詩畫)의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이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과 더불어 ‘이상향(理想鄕)’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산수도(1, 2)는 학포(學圃 梁彭孫, 1488~1545)가 찬(贊)을 남긴 그림으로, 작가 본인의 제작 여부에 관한 학계의 연구가 진행 중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본 작품은 조선전기 시대의 거비파(巨碑派) 양식을 따른 산수화로써, 뛰어난 양식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또한, 소상팔경(瀟湘八景)을 배경으로 한 산수 주제와 식목(植木) 및 산수의 배치를 통해 안견(安堅) 화풍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산수도(3, 4)는 소상팔경(瀟湘八景) 중 산시청람(山市晴嵐)을 주제로 하거나 유사한 배경을 담은 산수화로 분류된다. 특히 산수도(4)는 거비파(巨碑派) 양식의 대관산수(大山大水)를 통해 주산(主山)을 강조하며, 중국 고화(古畫)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산의 능선을 단선점준(短線點皴)으로 표현한 점을 고려할 때, 안견화풍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위 산수도(5~7)는 사계절 중 봄, 여름, 가을의 특징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미우인(米友仁, 1090~1170)의 작품으로 전해지나, 화법과 양식을 고려할 때 안견 화풍과 중국 남송 원체화풍을 융합한 조선전기 산수화로 판단된다. 앞서 살펴본 산수도(1~4)와 유사한 화풍과 양식을 보이며, 비록 일본에 소장되어 있지만, 이렇게 한자리에서 비교 분석할 수 있어 매우 의미가 깊다.
3. 설경산수.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는 조선 중기 화가 김시(養松堂 金禔, 1524~1593)의 산수화로, 제작 연도와 주문자가 명확하게 확인되는 작품이다. “萬曆甲申秋養松居士爲安士確作寒林霽雪圖” 화제(畵題)를 통해 1584년 가을, 안사확(安士確)의 주문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설경 묘사에서는 편파 구도를 통해 산과 강을 명확히 구분하였으며, 산과 바위 표현에는 절파(浙派) 양식의 부벽준(斧劈皴]을 활용하여 안견 화풍과 절파 양식을 혼합한 특징을 보인다. 본 작품은 추운 겨울 강산의 혹독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설경산수도(9)에서는 세로 화면 구성을 통해 설경을 묘사하였으며,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와 유사하게 편파 구도를 활용하여 산세를 배치한 점이 특징적으로 관찰된다. 더불어, 단선점준 (短線點皴) 기법을 통해 능선을 표현하였으며, 담묵(淡墨)과 농묵(濃墨)의 변화를 활용하여 배경과 산을 처리함으로써 설경의 혹독한 추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설경산수도(10)는 '설경산수도(9)' 및 '한림제설도(寒林霽雪圖)'와 같이 먹의 선염 기법을 활용하여 설경을 표현하였다. 주산과 주변 산을 중첩하여 깊이 있는 산세의 묘미를 살렸으며, 강과 산의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하여 설경의 짙은 눈으로 경계를 허문 듯한 인상을 주어 설경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4. 마무리.
그 외에도, 안견의 화풍을 계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소상팔경도와 더불어, 안견 화풍을 따른 산수화, 적벽도 등 30여 점의 산수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조선전기에서 중기에 이르는 산수화들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본 전시는, 산수화를 애호하는 분들께 여러 번 관람해도 아쉬움이 없을 만큼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8월 31일까지이니 더 늦기 전에 봐야 하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