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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본 지휘자 이야기 7

Jaap van Zweden - 얍 판 츠베덴-

by 함정준

원래는 오케스트라 직장인 시절 추억만 소환해서 지휘자나 연주자, 공연장 등을 회고하는 게 이 브런치의 방향성인데

부득이하게(?) 최근 서울시향에 잉글리쉬 호른 주자로 말러 7번을 함께 하게 되면서 계획해 두었던 얍 판 츠베덴 이야기를 끄적여보려고 한다. 늘 그렇듯 지극히 내 개인적인 평이니 오해 없길 바라며.


그는 커리어의 시작이 RCO 최연소 악장이었던 만큼 현악기에 대한 이해도는 최상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정말 끝내주는 청음능력을 소유했다. 상하이 시절 말러 6번인가 9번을 하는데 뚜띠파트에서 3번 플루트와 5번 호른의 음정을 정확하게 캐치해서 fix 하는 능력은 실제로 접하면 정말 기가 찬 수준. 그러다 보니 함께 음악을 만들어간다기보다는 고성능 기계에 맞춰 음의 높낮이와 리듬의 길이를 통일시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지휘를 한다.

그의 오른팔은 보잉이고(3박자 계열 음악에서 그의 두 번째 비팅을 보라) 왼손은 지판을 잡고 비브라토를 하는 영락없는 바이올리니스트인 것이다.


이런 특징적인 스타일은 마치 현악기에겐 한 사람처럼 연주하는 것 같은 효과는 확실히 있겠지만… 그게 정말 좋은 관현악 사운드 일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오케스트라, 특히

현악기의 대수가 많은 이유는 다수에서 나오는 즉흥성, 불규칙한 트레몰로와 비브라토에서 나오는 독특한 질감이라고 본다. 특히나 나는 nonet으로 교향곡을 연주하는 실험을 하다 보니 더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참고- https://youtu.be/jcjF2Z20BOI?si=-LN5xo3uIjYAtez1)


얍은 그런 조금의 불일치도 허용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아무리 빗어 넘겨도 삐져나오는 잔털은 있게 마련인데 한 개도 용납하지 않는 것. 아 그러고 보니 얍은 빗어넘길 머리가 없군…


아마도 이런 특징은 B+급 악단까지는 어느 정도 파워업을 시켜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위 레벨의 악단에도 통하는지 생각해 보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또한 프레이징을 만드는 능력도 지극히 현악기 연주자 같은데, 리듬이 복잡하거나 빠른 패시지가 등장할 때 프레이즈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다음 걸 준비하다 보니 굉장히 숨 가쁘고 조급하게 음악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관악기 연주자들이나 저음 뚜띠 선율은 나올 때 그들에겐 타이밍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다른 성부와 전후사정이 적절히 맞는데 얍에겐 그런 건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직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소리와 타이밍이 딱 맞는 것에만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ㅎㅎ 한국 관객들이 얍과 서울시향의 공연이 빠르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아마 이런 프로세스 때문이리라.


나 역시 이번에 말러 7번을 준비하며 내 개성이 담긴 음악이나, ppp로 스무스하게 들어가는 것 이런 건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미 수차례 이 사람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임무 수행을 완수하는 군인 같은 마음으로 연주에 임했고, 역시나^^

누가 잉혼을 그렇게 불겠냐마는 지휘자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으면 리허설이 피곤해질것을 알기에..


서울시향은 굳이 대한민국이라고 특정 짓지 않아도 이미 특급 악단이라고 봐도 무방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악단이다. 아주 섬세하게 따지면 장단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베를린필도 뉴욕필도 마찬가지.. ㅎㅎ


얍 판 츠베덴과의 향후 4년도 기대되지만 이 악단이 츠베덴과의 극기 훈련을 끝낸 이후에 어떤 지휘자와 만날지가 더더욱 기대되는 포인트.


얍 판 츠베덴은 분명히 좋은 사람은 아니다. 지독하게 본인의 방식을 강요하기도 하고 연주자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하지도 않고.. 하지만 그만큼 빠르고 확실한 결과물도 내주는 사람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12월에 있을 트리스탄 이졸데 공연도 벌써 전부 예매해 놨다. ㅎㅎ


한국에 지내다 보면 앞으로 더 만나게 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걱정이나 미움보단 기대의 마음이 더 큰 것 보니 내가 변태이거나, 얍이 좋은 음악가인가 보다. ㅎ


거의 8년 전 사진인 듯..^^;;; 둘 다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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