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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이요?

엎친데 덮친 암

by 쌍기역

11월 7일 호흡기내과 진료

입원 검사 기간 동안 병원에 상주할 수 있는 보호자는 한 명뿐이었고, 그 외에는 면회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필요한 짐을 가져다 드리는 것과 점심시간에 맞춰 방문해 병원 음식을 꺼리는 아빠와 점심을 함께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병원 입원 기간 동안 의사 선생님의 회진 이야기는 엄마나 아빠를 통해서 듣는 게 전부였다.

엄마 말씀으론 폐에서 보여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발견되어 추가로 폐 CT를 촬영했고, 11월 7일에 호흡기내과부터 진료를 먼저 본 후 산부인과 진료를 보자는 내용이었다.

그날따라 호흡기내과 외래진료 환자가 많아 대기 시간이 계속 연장되었다.


아빠, 엄마, 나, 동생까지 네 명이 진료실에 들어갔다.

"폐에 뭔가가 보여요. 이게 임파선에서 온건지는 조직검사를 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은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의사가 지금 무슨말을 하고 있는건지 멍한 상태가 지속될 뿐이었다.

곧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협진 요청을 했던 이유는, 산부인과에서 발견된 난소암과 같은 종류의 암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즉, 폐에 발견된 것이 난소암에서 전이된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호흡기내과 의사 선생님은 "다른 종류의 염증일 가능성이 높지만, 산부인과 수술이 급한 사항이니 먼저 산부인과 수술을 진행하고 이후에 조직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조직검사를 통해 폐암이 확인되면 이후 치료 단계를 결정할 것이고, 폐암이 아니라 하더라도 염증 부위는 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직검사는 하루 입원이 필요하며, 엄마의 연세를 고려한다면 두 가지 함께 수술하는 것은 힘들다고 덧붙였다.



진료실에서 나오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고, 엄마를 꼭 안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울면 엄마가 더 우울해지고 무너질 것 같아 간신히 참고 점심을 먹었다. 최대한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산부인과 진료를 기다렸다.

호흡기 내과 의사 선생님은 매우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며 "폐암"이라는 단어도 쉽사리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너무도 달랐다. "할머님이 폐암이라서", "폐암은"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 말을 들을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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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전, 호흡기내과 진료에서는 진료 내용을 산부인과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남겨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우리가 진료실에 들어간 뒤에서야 내용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고,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의견이 달랐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난소암은 난소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먼저 조직검사를 통해 같은 종류의 암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수술을 진행하기 보다는 조직검사를 통해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다."

엄마는 수술을 먼저 진행하고 싶다고 하셨지만, 폐와 난소에 사용하는 약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부터 '언제 수술이 가능한지?"에 대한 답을 원했지만, 또 한 발 멀어진 느낌이라 더 막막해졌다.


또 다시 진료실 앞 기다림.

11월 11일 월요일, 입원 후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임파선만 찌를지, 폐까지 찌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부위에서 모두 염증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각각 조직검사를 진행하면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된단다. 하지만 한 곳만 검사했을 경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추가로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뭘 알아서 하나만 하겠다고 하겠냐 선생님께서 정해주시면 하는 거죠."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그렇다면 두 부위 모두 진행하시죠"라고 했고, 결국 우리는 두 가지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가지만 걸려도 힘든데, 나는 왜 그 무서운 걸 두 개나 달고 있는 거냐"

아무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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