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왜 환자본인에게 비밀로 하는지 알게되었다
11월 11일, 조직검사를 위한 입원
엄마는 조직검사를 위해 하루 입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주에 들으셨고,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다. 장기간 입원도 힘들긴 하겠지만, 이렇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건을 싸고 풀고, 이불을 싸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빠가 보호자로 함께하기로 했고, 엄마와 아빠는 병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예정대로 퇴원하셨다.
조직검사 결과로 암 여부를 판별하는 데 1주일, 치료방법과 약물 결정까지는 2주가 걸린다고 했다. 엄마는 지금 치료보다는 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1주일 후 결과가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월요일과 목요일에 외래 진료가 있어, 11월 21일 목요일에 결과를 들으러 오라고 안내했다. 우리 가족은 항상 보호자 포함 3~4명이 움직였기에, 의사선생님의 "결과 들으러 올때는 보호자님은 안오셔도 됩니다"라는말에 아빠는 잠시 고민하셨다. 엄마와 아빠는 지방에 살고 계셨기에, 엄마가 굳이 올라오지 않아도 되는지를 문의했다. 호흡기내과와 산부인과 모두 직계가족이 증빙서류를 가져오면 결과를 들을 수 있다고 확인해주었고, 엄마와 아빠는 집으로 내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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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일 후인 11월 21일. 나는 동생과 함께 호흡기 내과 대기실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적막감.
"조직검사 결과 폐암이 맞았습니다. 다만, 임파선에 있는 것은 암이 전이된 것은 아니라고 나왔어요."
그 순간, 나는 어찌 된 일인지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담아낼 수 있었다. 마치 머리가 멈춘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는 본능이 작동한 것 같았다.
정리하자면, 두 군데에서 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폐 쪽 조직 : 암으로 확인
- 임파선 조직 : 암은 아니었음. 다만, 수술 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음.
폐암 2~3기 정도로 보이며, 폐 수술도 급하지만 산부인과 수술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 의사의 판단이었다. 산부인과 수술을 먼저 진행한 뒤, 엄마의 컨디션이 회복되면 폐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했다.
의사는 폐 수술이 생각보다 고된 과정이기 때문에 현재 엄마의 연세와 체력을 고려하면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약물 치료나 다른 방법은 진행할 수 없고, 우선 산부인과 수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술이 미뤄지면 폐암이 더 진행되는 것 아닐까 우려스러운데, 의사 선생님은 한두달로 더 진행이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진료실을 나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때는 현실감이 떨어졌던 걸까? 아니면 상황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진료실 문을 나서기까지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아니 적어도 멀쩡해 보이려 애썼다.
나는 원무과에 들러 중증 등록 서류에 사인을 하고 근처에 앉아서 산부인과 진료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중증 등록을 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폐암으로 등록되어 진료비의 5%만 부담을 하게 된다. 이날부터 적용이 되어, 기존보다 훨씬 낮아진 진료비를 납부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이 고민했다. 아빠와는 진료 결과에 대한 통화했지만, 엄마와는 통화를 하지 않았다. 진료 시간이 언제였는지 알고 있을 엄마도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그 순간, 드라마에서 왜 환자 본인에게 결과를 바로 말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너무 막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