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입니다.
폐암 확진을 받은 후 우리는 다음 단계인 산부인과 진료를 기다렸다.
솔직히 의사 선생님의 가벼운듯한 말투는 우리에게 큰 상처였다. 수술이 금방 끝날 것처럼, 별것 아닌 일처럼들리는 그 늬앙스가 속상했다. 물론, 교수님께는 익숙한 상황일 수 있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큰 시련이자 깊은 어둠이었다. 수술만 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술만 잘만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료실에 앉아있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호흡기 내과 진료 결과를 공유받고, 간호사에게 수술 날짜를 잡자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날은 11월 21일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적어도 2주 안에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순천향대 병원의 수술실 운영 기준은 이랬다.
- 수술실은 하루 4회 사용 가능
- 암환자 수술은 하루 1회로 제한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날짜는 12월 30일이었다. 12월 24일에 한 자리가 비어있었지만, 바로 앞에 다른 암 환자의 수술이 잡혀 있어 사용할 수 없었다.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은게 다행이긴 했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만으로도 서글펐다. 그러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수술 전 검사와 입원 예약을 마치고 병원을 나섰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수술날짜 잡기가 힘든거라면 왜 진작 수술날짜를 정해두지 않았을까 싶다. 조직검사 하기 전에만 수술날짜를 잡아뒀더라면 한달은, 아니 적어도 보름은 수술을 땡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달 정도 후에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다행이지만 내내 아쉽고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상은 하셨겠지만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하며 동생과 전화를 서로 미루었다. 결국 내가 전화를 하게 됐는데, 엄마는 생각보다 덤덤하게 받아들이셨다. 그러나 수술날짜가 너무 늦은 것에 대해서는 엄마도, 아빠도 불만이 크셨다.
그런데 다음 날, 우리는 갑작스럽게 병원을 옮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