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이 사라진다

의정사태 이후의 군대

by 정근우

2024년 대한민국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의정 갈등은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일 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좌절했다. 그리고 올해 9월, 전공의들이 복귀했다. 의정갈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정책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제거리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대한민국 군대의 관점에서 의정 갈등 이후의 상황을 바라보고자 한다.



군의관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남성은 만 18세~30 사이에 현역병으로 군대를 입대해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군 복무를 연기할 수 있는데, 군의관의 경우가 그러하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자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시점부터 현역병으로 입대가 불가능하고 군의관이라는 특수장교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 이 경우 4~5년간의 전문의 수련을 마칠 때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군에 배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하지만 작년 전국적인 전공의 사직 이후, 전문의 배출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그 결과 올해 군의관으로 차출된 대부분은 수련 중이거나 수련을 앞둔 일반의다. 가까스로 복귀한 전공의들 역시 향후 몇 년간은 군의관 수를 맞추기 위해 수련 기간 중에 차출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앞으로 몇 년간 군에는 전문의가 사라지게 된다.


군 병원 진료의 대부분은 전문의에 의해 이뤄진다. 시설은 그대로지만, 내년부터는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군의관 대신 현역병을 택하는 의대생들

더 큰 문제는 의대생들이 군의관이 아닌 현역병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군의관은 일종의 특혜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여러 가지 통계를 살펴보자.


우선 복무 기간에서 차이가 난다. 건국 이래 현역병 복무는 36개월에서 18개월(육군 기준)까지 줄었지만, 군의관은 38개월로 수십 년간 변하지 않았다. 봉급도 문제다. 지난 10년간 병장 월급은 8.75배 올랐지만, 군의관은 1.59배에 그쳤다(같은 기간 동안 물가는 1.8배 올랐다). 여기에 병사만 가입할 수 있는 '장병내일 준비적금'을 활용하면, 병장과 군의관(대위)의 실질 월급 차이는 고작 32%다.


의대생이 현역으로 입대할 경우, 의무병으로 복무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현역병을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의무병은 다른 보직에 비해 육체적 부담이 적고, 의료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어 직업적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현역병의 전반적인 복지가 향상되고 있는 점, 의과대학 학생 중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도 군의관 지원율이 낮아지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의대생들의 현역병 지원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23년 현역병으로 입대한 의대생은 총 267명이었으지만, 2024년에는 1,537명으로, 1년 사이 5.75배나 급증했다.


현역병의 권리가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군의관을 지원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에는 장점도 있다. 과거에는 "골절 환자에게 군의관이 빨간약만 발라줬다더라"는 우스갯소리가 만연할 만큼 군의료에 책임감이 없었지만, 오늘날은 병사들의 권리가 중시되면서 의료사고에 민감해지고 군 장병들이 받는 의료의 질도 향상됐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장병들을 대우하는 것은 분명 옳은 방향으로의 변화다. 하지만 한 개인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군의관은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복무 기간은 길고, 보상은 적으며, 업무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군대에서 전문의는 순차적으로 사라질 것이고, 가까운 미래 군의료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시킬 수 없을 만큼 군의관 부족에 직면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급여를 올리기에는 국방부 재정이 한계에 부딪히고, 자체적으로 군의관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은 의료 교육의 복잡한 시스템 상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방부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한, 곧 다가올 변화의 파도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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