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서있는 자리

질문속에서... 4

by 지문

어머니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머니는 오래전 남편과 사별하셨다.

그 이후의 삶은

누군가와 함께 닫힌 세계를 만들어가는 삶이 아니라,

홀로 열린 관계들 속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부부라는 관계를

하나의 ‘닫힌 우주’라고 부른다면,

그 안에는 역할과 균형,

서로에게 기대도 되는 최소한의 질서가 있다.

기댈 수 있는 중심이 있고,

감정을 흘려보낼 내부의 공간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머니에게는

그런 닫힌 우주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 이후 어머니의 세계는

항상 열려 있었고,

그 열림 속에는

자식이라는 이름의 혈연만 남아 있었다.


혈연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지만,

동시에 가장 버티기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

떠날 수도 없고,

완전히 내려놓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말한다.

어머니가 힘드시니 우리가 더 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드릴까’보다 먼저

‘어머니는 지금 어떤 위치에 계신가’를

묻지 않았던 건 아닐까.


의지할 중심이 없는 상태에서

혈연이라는 관계만으로

삶을 견뎌온 사람의 마음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을 받아주는 사람에게

말이 쏟아지고,

버텨주는 사람에게

감정이 기대어진다.

그것은 의도가 아니라

상태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머니를 이해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편을 드는 일이 아니라,

어머니가 서 있는 물리적·정신적 위치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힘드시니까 참아야 한다’도 아니고,

‘가족이니까 당연하다’도 아닌,

어머니가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묻는 것.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질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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