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제부터 묻지 않게 됐을까?

질문의 유언

by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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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질문이 줄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나는,

묻지 않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다.


예전에는 질문이 먼저 나왔다.

이유를 물었고,

과정을 확인했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따졌다.

그게 특별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저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은 질문이 나오기 전에

하나의 검토 과정이 더 생긴다.

이걸 지금 말해도 되는가.

이 질문이 꼭 필요한가.

굳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는가.


대부분의 경우

결론은 같다.

지금은 말하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일은 진행된다.

회의는 끝나고,

관계는 유지되고,

하루는 무사히 지나간다.

질문 하나 없었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질문은 점점

불필요한 요소처럼 취급된다.

없어도 되는 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동.


대신 다른 감각이 발달한다.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어느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지,

언제 침묵하는 게 가장 안전한지.


하루는 안정적이다.

크게 틀린 선택도 없고,

눈에 띄는 실수도 없다.

모든 것이 무난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하루가 끝나고 나면

내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는

잘 남지 않는다.

어디에서 질문을 접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확인을 포기했는지도

또렷하지 않다.


말하지 않아도

하루는 굴러간다.

그 안에 내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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