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유언
하루는 특별한 문제 없이 흘러간다.
정해진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처리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다음 단계는 이어진다.
회의에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안건이 있고,
굳이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다음 일정으로 넘어간다.
질문이 없어도 회의는 끝난다.
대화도 비슷하다.
상대가 말하고,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반응한다.
이해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마무리된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말은 충분히 오간다.
누군가 빠져 있어도
일은 돌아가고,
자리는 유지된다.
나 하나가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흐름이 멈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말하지 않는 쪽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많다.
설명할 필요도 없고,
오해를 풀 시간도 줄어든다.
불필요한 마찰은 사라진다.
그래서 점점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이 익숙해진다.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늘어난다.
묻지 않는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보면
문제 될 장면은 없다.
일은 처리됐고,
관계도 유지됐고,
예정된 일정도 끝났다.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빠진 게 없다.
다만
그 하루 안에
내가 어디까지 있었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말하지 않아도
하루는 굴러간다.
그 안에 내가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