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다

질문의 유언

by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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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떠올랐다.

충분히 정리된 말이었고,

상대를 공격하는 내용도 아니었다.

지금 말해도

틀렸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대화는 흐르고 있었고,

분위기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 말 하나로

판이 뒤집힐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말을 지금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시작됐다.

이 말이 꼭 필요한가.

지금 이 타이밍이 맞는가.

이 말을 함으로써

굳이 감당해야 할 불편은 없는가.


잠깐 사이에

여러 가능성이 스쳤다.

설명이 길어질 수도 있고,

의도를 오해받을 수도 있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대화가

늘어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는 쪽이 선택됐다.


아무도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대화는 그대로 이어졌고,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됐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랬다.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말의 기준이 조금씩 달라진다.

해야 할 말보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늘어난다.


말은 점점

머릿속에만 머무르게 된다.

정리된 채로 남아 있지만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쌓인다.


그 말이

어떤 말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진다.

다만

말하지 않았다는 선택만

선명하게 남는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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