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결정하지 않았는데 선택은 끝나 있었다.

질문의 유언

by 지문

특별한 결정을 내린 기억은 없다.

중요한 선택을 했다는 감각도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조금 미뤘고,

조금 더 지켜봤을 뿐이다.


지금이 아니라는 판단은

결정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생각하면 된다고 여겼고,

아직은 선택할 단계가 아니라고 믿었다.


그래서

결정을 보류한 채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사이에

상황은 스스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선택지를 둘러싼 조건들이 바뀌었고,

처음에는 열려 있던 가능성들이

조용히 정리됐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명확한 마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남아 있는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선택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사이

선택은 끝나 있었다.


그제야

결정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그 자체로 방향은 결정돼 있었다.


선택은

항상 선언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끝난다.


지문의 질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