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같은 말을 다르게 듣게 된 날

질문의 유언

by 지문

그 말은 처음 듣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 들었던 표현이었고,

익숙한 문장이었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 말이 특별히 문제라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다시 확인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말 자체는 같았는데

의미가 먼저 도착했다.

표현보다

맥락이 먼저 들어왔다.

문장보다

상황이 먼저 읽혔다.


상대의 말이

갑자기 날카로워진 것도 아니었고,

톤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말을 듣고 있던 나의 위치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그 말을 넘길 수 있었다.

지금은

넘긴다는 선택이

먼저 보였다.


확인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묻지 않았던 지점들이

뒤늦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 말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도

비로소 보였다.


그 말은

갑자기 새로워진 게 아니었다.

그동안 보류돼 있던 상태였다는 걸

그날에야 알게 됐다.


그날 이후로

같은 말은

더 이상 같지 않았다.

같은 문장이

다른 위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다만

나는 예전처럼

듣지 않는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