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유언
그 말은 처음 듣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여러 번 들었던 표현이었고,
익숙한 문장이었다.
그래서 그전까지는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 말이 특별히 문제라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다시 확인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말 자체는 같았는데
의미가 먼저 도착했다.
표현보다
맥락이 먼저 들어왔다.
문장보다
상황이 먼저 읽혔다.
상대의 말이
갑자기 날카로워진 것도 아니었고,
톤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말을 듣고 있던 나의 위치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그 말을 넘길 수 있었다.
지금은
넘긴다는 선택이
먼저 보였다.
확인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묻지 않았던 지점들이
뒤늦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 말이
어디에 놓여 있었는지도
비로소 보였다.
그 말은
갑자기 새로워진 게 아니었다.
그동안 보류돼 있던 상태였다는 걸
그날에야 알게 됐다.
그날 이후로
같은 말은
더 이상 같지 않았다.
같은 문장이
다른 위치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말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다만
나는 예전처럼
듣지 않는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