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유언
그 자리는 조용했다.
굳이 문제를 만들 이유는 없어 보였다.
대화는 무난했고,
사람들의 표정도 안정적이었다.
말을 하나 더 할 수는 있었다.
지금 이 지점에서
조금만 더 말하면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필수는 아니었다.
분위기를 생각했다.
지금 이 흐름을 깨는 게 맞는지,
굳이 이 타이밍에
다른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잠깐 계산했다.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지금은 아니다.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택을 했다.
말은 접혔고,
대화는 그대로 이어졌다.
누군가 불편해하지도 않았고,
자리는 안전하게 유지됐다.
그 선택은
효과적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모두를 위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정확히 말하면
불편해질 가능성을 피한 선택에 가까웠다.
이런 선택은
대부분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반복된다.
상황이 비슷해질수록
같은 판단을 하게 된다.
분위기는 계속 유지된다.
관계도 유지된다.
대화도 이어진다.
그 안에서
내가 차지하던 자리는
조금씩 줄어든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분명히 줄어든다.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택은
항상 무난하다.
그래서
쉽게 습관이 된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