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불편해질까 봐 남겨둔 말

질문의 유언

by 지문

그 말은 떠올랐다.

충분히 정리된 말이었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표현도 아니었다.

지금 말해도

크게 틀렸다고 지적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다만

그 말을 꺼내면

공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조금 더 조심스러운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었고,

설명이 길어질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 하나 때문에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불편하게 만들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 말하지 않아도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은 남겨두는 쪽으로 결정됐다.


그 말은

머릿속에만 남았다.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필요한 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불편함을 피한 대신

말은 자리를 잃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상태로

정리되지 않은 채 남았다.


그 말이

다시 쓰일지는 알 수 없다.

상황이 바뀌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대로 사라질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선택은

기억 속에 남는다.



지문 : 질문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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