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풀어줄게

by 공책

초등학교 시절, 나는 혼자서 수학 문제집을 사서 푸는 걸 좋아했다. 시험 준비 때문도, 누가 시켜서도 아니었다. 그저 심심해서 취미 생활처럼 하던 일이었다.


6학년 전까지는 입시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아빠에게 자주 가져가곤 했다. 그런데 아빠의 가르침 방식은 조금 독특했다.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너, 이거 스스로 풀 수 있어.”


“다시 한번 생각해 봐.”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되는 거야"


정답을 알려주기 전에 내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들었다. 정말 모르겠을 때가 되어서야 풀이 방법을 알려주었다.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아빠가 내 문제 풀이 방식을 신기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아빠는 어떤 문제를 보던 방정식이나 함수 같은 수학 개념을 사용해 풀어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아직 정석적인 풀이법이나 공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등학생들의 풀 법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빠가 동생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주고 있었는데, 아빠의 방법이 지나치게 어려웠던지 동생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가 나더러 그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나는 아빠 앞에서 내가 풀고 싶은 방식대로 문제를 풀었다. 아빠는 내가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 한 줄 한 줄을 정말 진지하게 바라봤다. 중간중간에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리고는 아빠는 곧바로 내 방식을 참고해서 동생 앞에서 문제를 다시 풀어줬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무척이나 기뻤다.


나는 내가 아빠를 위해 문제를 풀어줬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아빠가 내 풀이법을 배운 건 아니었다. 아빠는 그저 동생과 비슷한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던 나의 눈높이를 빌린 것뿐이었고, 그렇게 초등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해 동생을 가르치는데 적용했던 것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꽤 오랫동안 내가 아빠에게 수학 문제를 풀어줄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고 정말 진지하게 믿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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