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미국 이공계 취업에서의 실력

by 공책

나는 이 브런치북에서 여러 번, 미국에서 이공계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취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이며, 테크니컬 면접에서 그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왔다. 오늘 글에서는, 그 실력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한 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개인적인 사견이 많이 담긴 글임을 밝히고 싶다. 또한 아직 0N 년 차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쓰는 글이기도 하다. 앞으로 1N 년 차, 2N 년 차, 3N 년 차가 되면 이 글보다 훨씬 깊고 넓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아직 0N 연차인 엔지니어 입장에서, 나와 비슷하게 비교적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양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이란 무엇일까?


물론 “무슨 일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 해내는 태도”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말하는 실력이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남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고, 다른 사람으로 쉽게 대체되기 힘든 수준의 능력을 의미한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누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문 지식, 연구 능력, 그리고 툴을 다루는 능력이다.




1. 전문 지식


우선 지식은,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전문 분야의 전공 지식을 아주 탄탄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어본 수준을 넘어서, 해당 분야의 학부 전공 시험 문제라면 어느 학교의 문제이든 비교적 수월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석사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은 학교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완벽히 풀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엔지니어들과 토론이 가능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는 수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디자인 엔지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학부 과정에서 배우는 디지털 논리 회로, 컴퓨터 구조와 같은 과목의 내용은 아주 능숙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시험 문제를 풀 때도 망설임 없이, 책을 찾아보지 않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석사 과정에서 배우는 Static Timing Analysis와 같은 과목들 역시,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문제를 풀 수 있는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엔지니어의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학부 과목은 반드시 능숙해야 하지만, 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모든 학부 과목까지 완벽히 알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알면 좋겠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디자인 엔지니어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학부 때 배운 자료구조 과목까지 완벽하게 풀 수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식들은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자면 벽돌과 시멘트와 같다. 이것들이 없으면 집을 짓는 일은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벽돌과 시멘트를 그때그때 구하러 다닐 수는 없는 것처럼,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은 미리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은 미국 산업계에 진입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2. 연구 능력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연구 능력이다. 이 단어는 다소 모호하게 들릴 수도 있고, 어떻게 갖춰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갖춰진 연구 능력’이란, 작은 연구든 큰 연구든, 아이디어 단계부터 논문이나 특허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본 경험이다.


물론 연구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논문을 쓰거나 특허를 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도권이 지도교수나 동료 연구자가 아니라 나에게 있었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보다, 비록 많지 않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본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또한 타인의 논문, 연구, 특허, 혹은 새로운 기술을 접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 맞게 응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 능력은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설계도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비슷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설계도를 보고 그대로 집을 짓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기존 설계와 다른 방식으로도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3. 툴을 다루는 능력


마지막은 툴을 다루는 능력이다. 이 부분은 어떤 엔지니어가 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데이터 엔지니어라면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매우 능숙해야 할 것이고, 로봇을 제작하는 기계 엔지니어라면 SolidWorks와 같은 캐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툴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을 넘어서, 각 툴의 한계가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다른 툴을 선택해야 하는지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툴을 다루는 능력은 집을 짓는 데 있어, 시멘트를 바르고 벽돌을 쌓는 실제 기술에 해당한다. 아무리 벽돌이 많고 설계도를 이해할 수 있는 머리가 있어도, 이를 구현할 기술이 없다면 집을 지을 수 없다.




앞선 글들에서 나는 “일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면 충분하다”, “어떤 학교에서 석·박사를 했는지, 어떤 학교로 유학을 가야 할지 등에 대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분야에서의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그 분야에서 남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든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미국 산업계로 진입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물론 이는 경쟁이고, 실력을 쌓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동시에 학점이나 학벌을 넘어, 실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공정한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학벌과 학점을 전혀 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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