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 혼자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by 공책

유학이나 영주권을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추천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추천서 문제로 꽤 걱정을 했다. 아마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논문이나 면접은 결과가 어떻든 결국 내 노력과 선택의 문제다. 더 준비할지, 포기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추천서는 다르다. 상대가 써주겠다고 결심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초조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내가 직접 겪으며 느낀 몇 가지 조언을 나누고자 한다.


첫째, 추천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특별히 친한 교수님이 없는데….”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

“교수님이 내 이름도 기억 못 하실 텐데….”

심지어 “나는 그 교수님을 잘 모르는데….”

사실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다. 물론 미리부터 추천인 명단을 준비해 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추천서가 필요해진 뒤에야 고민을 시작한다. 그러니 일단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조금은 용기를 내길 바란다.


둘째,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해도 상대는 나를 잘 모를 수 있다는 전제를 하자.


대부분 교수에게 추천서를 부탁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자. 대학 시절 들었던 수업들을 떠올려보면 교수님의 얼굴과 이름, 시험 문제, 수업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는가? 아마 기억나는 수업도 있고, 아닌 수업도 있을 것이다. 특히 또렷이 남아 있는 기억은 대개 “너무 어려웠다” 같은 강한 인상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원래 부정적이거나 강렬한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한다.


그렇다면 수십, 수백 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어떨까? 우리는 ‘시험도 잘 봤고 발표도 했으니 나를 기억하시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학기에 많은 학생을 상대하는 교수에게 학생 한 명 한 명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물론 놀랍도록 기억력이 좋은 교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편이 마음은 오히려 편하다. 어쩌면 나쁜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셋째,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자.


많은 사람이 이메일로 추천서를 부탁한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고, 현실적으로 이메일 외에 방법이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미 수업을 들었던 교수이고, 물리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직접 찾아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무작정 방문하라는 뜻은 아니다. 미리 약속을 잡고, 정해진 면담 시간에 맞춰 찾아가는 것이다.


교수들의 이메일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고, 하루에도 많은 이메일을 받는다. 그 속에서 특별히 친분이 없는 제자의 추천서 요청 메일은 쉽게 묻힐 수 있다. 얼굴을 직접 보고 인사를 나누며 부탁하는 것이 훨씬 진정성 있게 다가갈 가능성이 크다.


넷째, 부탁할 때는 나를 최대한 간결하고 분명하게 보여줄 준비를 하자.


추천서를 부탁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수님이니까 써주세요”가 아니다. “저는 앞으로 이 길을 가고 싶고,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제 가능성을 믿어주신다면 추천으로 힘을 보태주십시오”라는 요청에 가깝다.


왜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지, 어떤 성취를 해왔는지, 왜 그 나라에서 공부하거나 일해야 하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이는 취업 면접과도 비슷하다. 우리는 “그냥 뽑아주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설득하려 한다. 추천서 부탁도 마찬가지다. 교수의 판단을 돕기 위해 나 자신을 충분히 설명할 준비를 하자.


다섯째, 추천인의 범위를 너무 좁히지 말자.


많은 사람이 3,4 학년 전공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교수에게만 부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교수마다 추천서를 써주는 기준은 다르다. 어떤 교수는 극소수의 뛰어난 제자에게만 써주고, 어떤 교수는 함께 연구한 학생에게만 써주기도 한다. 반면 수업을 성실히 들은 학생이라면 비교적 흔쾌히 써주는 교수도 있다.


나의 경우, 학부 시절 지도교수가 있었지만 큰 교류는 없었고 수업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추천서를 부탁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학 가기 전 우연히 다시 뵙게 되었고, 교수님이 먼저 “추천서는 어떻게 했느냐”라고 물으셨다. 그때 ‘혹시 이분께도 부탁드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도 학교생활 전반이나 나의 태도에 대해 써주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미리 포기하지 말고, 가능성이 있다면 폭넓게 부탁해 보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나 역시 처음에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천서 고민 글과 그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다들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교수들이 기꺼이 도와준다. 물론 거절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추천인을 찾으면 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생각보다 길은 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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