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국에 취업했다”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한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거나 훌륭한 논문을 써서, 외국 회사가 먼저 연락을 해오고, 마치 모셔가듯 채용하는 모습이다. 회사에 지원할 필요도 없고, 비자 문제는 회사가 모두 해결해 주며, 나는 그저 한국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는 그림.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다. 한국에서 뛰어난 성과를 꾸준히 내고, 학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이력을 적극적으로 알린 결과 외국 기업이 먼저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비자 역시 회사가 지원해 주고 비교적 수월하게 이직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운이 매우 좋은 케이스이기도 하다.
조금만 시선을 바꿔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은 비교적 명확해진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회사가 가장 고용하기 쉬운 사람은 누구일까?
1. 그 나라의 시민권자 - 비자 문제없이 바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2. 이미 영주권 등으로 근로 자격을 가진 사람들.
3. 현지에서 학위를 했거나 이미 현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 비자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비교적 간단한 경우다.
4. 같은 회사의 해외 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 - 내부 이동은 상대적으로 절차가 수월할 수 있다.
회사는 채용 속도, 비용, 비자 절차 등 현실적인 요소들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라면 이미 근로 자격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해외에 거주하며 근로 자격이 전혀 없는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허들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이는 회사와 직무,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능력이 같다는 전제하에서도 “나는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스카우트 제안이 오겠지”라는 기대는 영주권을 준비하거나, 현지 학위를 하거나, 직접 지원하는 경우에 비해 확률이 훨씬 낮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의 역량은 논문이나 학위 과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 일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성장한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환경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는다. 커리어 초기에 어떤 팀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고, 어떤 사람들과 일하느냐가 이후의 역량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
정말 뛰어난 엔지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이나, 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 어쩌면 “일단 여기서 열심히 해보자”는 태도보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앞선 글들에서 나는 미국 취업을 위해 필요한 준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누구는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 외국 회사에서 먼저 연락 왔다던데,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로 외국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면, 그에 맞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편이 낫다. 가만히 있었는데 외국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이직했다는 이야기를 믿고, 나도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확률이 생각보다 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방향까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더 자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