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꽤나 늦은 시간이다. 엄마가 이곳에 남기로 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만진다. 어차피 이곳엔 한 명 밖에 남을 수 없으니 아빠와 난 집으로 향한다. 창문 밖은 조용하다. 휴대폰을 켜 시간을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간다. 시간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조용한 시간에 우리라고 다를까. 묵묵히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는 아빠와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는 나만 있을 뿐이다.
빨간색 신호에 차가 멈췄다. 가로등 하나 없는 외진 길목에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이상하게도 전혀 어둡지 않다. 달이 길을 밝히는 걸까. 신호등보다 높은 위치에서 커다란 보름달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달을 가만히 지켜본 게 언제였나 곰곰이 떠올린다. 아마 GOP에서 근무하던 내 군복무 시절일 것이다. 사이렌이 울려도, 멧돼지가 철책에 박치기를 해도... 그 자리에서 수많은 별들과 함께 빛을 내던.. 평생 볼 별을 그때 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운전석에서 아빠가 핸들을 살짝 풀어 잡은 채 나를 바라본다. 파란 불이 켜지고 아빠는 다시 도로를 달린다. 얼굴에 다시 한번 바람이 스치자 괜스레 기분이 좀 나아진다.
오랜 침묵을 깨고 아빠가 내게 말을 건다. "아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