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와 아롱이- 아버지의 네 번째 자식들

by 옥흐



서랍 속에 무언가가 잡힌다. 무채색의 물건들 사이로 핑크빛 진주로 만든 예쁜 강아지 줄이 보인다. 우리들 곁에서 10년을 같이 한 초롱이 줄이다. 아버지가 늘 사용하던 펜, 돋보기, 시계 사이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초롱이는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던 날 우리에게로 왔다. 아마 주인을 잃은 듯했다. 아버지는 주인이 나타날 지도 모르는 아이이기에 쉽게 정을 주지 않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초롱이는 아버지에게 더 애교 있게 굴었다. 아버지의 귀가시간에 맞춰 거실 끝에 앉아 기다렸다가 허리춤까지 점프를 하며 격렬하게 환영을 했다. 초롱이가 목줄을 아버지 손에 얹어놓은 이후 그들의 동네산책이 시작되었다.


겨울 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강아지 외투를 입히고 네 짝의 신발을 신기면 준비가 끝났다. 아파트를 한 바퀴 돌고 아이들이 많은 초등학교까지 동네산책을 했다. 오토바이가 지나가거나 큰 개가 있으면 아버지는 바로 안았다. 큰 개에게 한번 물린 적이 있기도 했고 워낙 작은 아이라 지나가는 사람에게 발로 차이기도 했다. 뒤에서 보면 산책에 맞춰진 환상적인 한 팀이었다. 아버지의 아침 루틴에 초롱이는 늘 함께 있었다. 더구나 어느 날부터인가 스스로 사료를 먹지 않았다. 그 이유로 병원에도 다녀왔지만 식이장애에 대한 정확한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밥 먹는 시간에는 아버지가 초롱이를 안고 입안에 사료를 한 알씩 넣어 주었다.


아버지에게는 초롱이 말고도 아롱이도 있었다. 애견용품점에서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상담 끝에 작고 귀여운 흰색푸들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건강하게 자란 아롱이는 애초에 그들이 말한 토이 푸들이 아니었다. 족히 15kg은 되는 스탠더드 푸들에 가까웠다. 여행을 갈 때나 가족외출을 할 때 아롱이는 아버지 옆자리에 앉아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경치를 하염없이 감상했다. 차창을 열면 머리를 살짝 내밀고 양쪽 귀를 펄럭이며 바람을 즐기곤 했다. 차를 몰고 다니는 아버지를 아롱이는 유난히 좋아했다. 퇴근할 때까지 거실 끝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아버지는 많은 자식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기 바빴다. 정작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세대라 부족함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하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하지만 초롱이와 아롱이 그리고 나는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생활했고 받은 넘치는 사랑 안에서 지냈다. 아버지의 사랑은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버지는 늘 이야기했다. 책임지기로 약속을 했으면 끝까지 하라고. 초롱이에게 흔쾌히 마음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는 이전의 아롱이를 보내고 아버지가 겪었던 ‘펫 로스 증후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책임지기위해 마음잡을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던 거다. 아버지에게 있어 책임이라는 것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어있지 않았다.


서랍속의 초롱이 목줄을 한손가득 쥐어본다. 아버지의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고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책임은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조용한 책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마지막 목소리-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