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by 류해인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나이지리아 유명 속담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내용을 간단히 해석해보자.


한 명의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어야하고, 무엇보다 그들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다정한 사람, 무뚝뚝한 사람, 성숙한 사람, 미숙한 사람, 느긋한 사람, 조급한 사람, 불안한 사람, 냉소적인 사람, 합리적인 사람, 무력한 사람, 상처 입은 사람, 상처 주는 사람, 무모한 사람, 낭만적인 사람, 산만한 사람, 침착한 사람, 괴팍한 사람, 친절한 사람, 위험한 사람, 세심한 사람…….


다양한 이들과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수많은 것들을 주고받음으로써 한 아이가 자라난다.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무리를 이룬다. 그렇게 한때 아이였던 어른은 마을의 구성원이 된다.


그때 또 다른 아이가 등장한다.


한때 온 마을을 필요로 했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다른 아이의 필요에 의해 구성된다.


그렇게 세상이 흘러간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게 탄생한다.


아이가 자라난다.



이 이야기에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소년은 난생 처음 지하철을 타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기 마련이다.


소년에게는 오늘이 바로 그 순간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지하철에서 인질극이 벌어진다.


지하철 안에는 다양한 승객들이 있다.


당연한 수순으로 그들은 인질이 된다.


새로 개업한 병원 광고판이나 대롱 매달린 손잡이를 인질로 삼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레 승객들이 인질이 된다.


인질이 있으니 당연한 수순처럼 자연스레 인질범도 등장한다.


인질이 없으면 인질범은 힘을 못 쓰는 법이다.


아, 미리 말하자면 이건 당신의 이야기다. 그러니 당신이 등장한다.


당신 옆집에 사는 깡마른 아저씨도 등장하고, 밤마다 화장실에서 훌쩍대는 윗집 외로운 아주머니도 등장한다.


워낙 어릴 적에 어울린 나머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유치원 동창도 등장한다.


또 다른 누군가가 혹시 자리가 남으면 자기도 등장하면 안 되느냐고 묻기에 어서 올라타라고 대답한다.


그 말 한 마디에 꽤 여러 사람들이 황급히 올라탄다.


출입문이 닫히기 직전에 올라탄 사람 때문에 출발이 다소 지연된다.


하지만 그 덕에 더 다양한 인생이 들어찬다.


마지막으로 서운하지 않도록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반갑다며 짖어대는 아래층 강아지도 얼굴을 들이민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이에게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마을이 꼭 땅 위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비슷한 이치로, 아이에게 필요한 사회구성원들이 지하철을 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무튼 인질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