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인간도 멸종할 수 있나요? (부제 : 역사교사의 환경 위기 바라보기)

by vegan han jane

< 인간도 멸종할 수 있나요? >

부제 : 역사교사의 환경 위기 바라보기

01.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2022년 봄볕이 따사롭게 들어오던 3월의 어느 날, 5교시 역사시간.


코로나라는 말도 안 되는 전염병으로 한순간에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라는 교육혁명이 이루어졌던 지난 2년. 하지만 올해는 학교의 일상이 돌아왔다. 물론 여전히 방역을 하고 칸막이가 있는 급식실에서 대화 없이 식사를 하며 마스크를 끼고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 반쪽짜리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의 시간은 우리에게 이러한 생활이라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만든 셈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5교시 역사수업. 모든 과목이 그러하겠지만 역사수업도 1교시와 5교시 수업이 정말 곤욕스럽다. 특히 심지어 점심을 먹고 비몽사몽 하기 쉬운 5교시는 더더욱 그렇다. 역사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역사교과가 '오래전 과거에 있었던,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 가득한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외워야 해서가 아니었던가. 걸 이 시간에?!


심지어 오늘의 주제는 '인류의 진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2022년에 수백만 년 전 이야기라니 - 그러니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어쩌고..로 시작해봐야 학생들은 점점 더 혼수상태에 빠질 것이 분명하고. 역사를 배우며 인류의 진화 과정 중 등장했던 인류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믿는 '불량한 역사교사'인 나는 변을 토했다.


"교과서 13쪽 보시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인류가 어떤 진화 단계를 거쳐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지가 나오는 표가 있을 거예요. 크게 X표 칩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우리 이런 거 안 외울 거예요. "


똘똘한 녀석 하나가 질문을 던진다. "그럼 뭘 외워요?"

짜식, 질문해줘서 고맙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


슬몃 꿈나라로 향해 풀려가던 시선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순간.

...... 이 맛에 교사하지 싶다.


"인간은 동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 굉장히 독특한 특징으로 하여금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여겨지게 돼요. 우리는 일단 이걸 같이 배울 겁니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게 되며 두 손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두 손으로 우리는 핸드폰을 할 수도 있고 글을 쓸 수도 있는 거죠. 때로는 다른 이에게 폭력을 사용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동물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겠죠? 힘들어하는 친구의 어깨를 감싸줄 수 있는 것도 가능합니다. 두 손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으세요? '인간답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다시 돌아가서 - 인류의 진화 과정에 있어 직립보행을 통한 두 손의 자유는 결국 도구의 사용을 가능케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죠. 불과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인간들이 향유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배려와 공감의 언어를 추구하는 것이 좀 더 인간다운 면모라 할 수 있겠죠? 다시금 정리하면, 우리는 늘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에 주목해왔지만 사실 인간은 동물과 매우 흡사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잠시 호흡을 고르는 저만치서 한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을 든다. 다음 이야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모처럼 질문을 해오는데 받아줘야지 싶어 기다렸는데- 녀석의 질문이란!


"선생님, 그럼 인간도 동물처럼 멸종할 수 있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로콜리 카레] 잘 늙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