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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가온해 Jun 16. 2022

평범한 여행자 2

신대륙 정복의 권태에 젖어 나의 목표였던 여행을 잊었던 나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한국에 동화되는 듯했다. 나는 퍽 냉랭했으며 변해가는 사회 에 적응했고 더 이상 공간에 대해 탐색 하지 않았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골목을 지나 던 중 나는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아직도 잊지 못하 는 나의 첫 고양이다.

내가 평생을 잊지 못할 공간을 만나 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일말의 새로움도 없던 그저 흔한 길거리를 지 나가던 중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 느 여관 앞에서 고양이 형제를 보았고 나는 막내 고양이에게 첫눈에 빠져들었 다. 종이에 물이 스미듯 나는 그렇게 빠져들고 있었다.



이미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그 무엇 보다 순수할 듯 보이는 고양이를 놓치 고싶지않았다. 그런나는일말의고 민도 없이 고양이 형제를 돌보던 여관 주인 아줌마에게 막내 고양이를 데리고 가도 되냐고 물었고 여관 주인 아줌마 는 내게 "학대하지 말고 잘 키워." 라고 말하며 귤 박스에 그 순수를 담아 내게 주었다.



잔잔하던 권태의 연못에 빠진 하나의 자갈돌이 동심원을 그리는 파장이 되어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에 게 야옹이라고 이름을 불렀다. 이름에 는 별 뜻을 붙이지 않으려 했다. 나는 첫날에는 우리 집 마당에 야옹이를 두 었고, 다음 날에는 우리 집 과일가게에 야옹이를 두었다. 어디에 두느냐는 중 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임이 중요했 다.

나는 야옹이가 암컷 고양이라고 생각 했다. 야옹이가 암컷 고양이처럼 예쁘 게 생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자라고 보니 야옹이는 수컷 고양이였다. 야옹이가 조금 자라고 나서 원래 있던 여관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보고 싶어했을 것 같 아 형제 고양이를 만나게 해주었더니 야옹이는 형제 고양이를 보고는 알아보 지도 못하고 공격을 하려고 했다. 형제 고양이는 야옹이를 보고 반가워했는데 말이다. 훗날 알았지만 나는 야옹이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한 채 끝까지 이기 적이었다.

야옹이의 추억 찾기에 실패한 나는 야옹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 다. 야옹이의 기억에 남아있는 많은 추 억의 공간으로. 야옹이는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직까지도 그 기억 이 선명하다. 한번은 야옹이와 함께 우 리 집 마당에 있던 중 다른 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서 야옹이를 공 격했다. 야옹이는 내가 도우려고 했던 것이 우습게도 쉽게 우리 집에 침입한 고양이를 이겼다. 우리 만의 공간에 침 입한 고양이는 담을 넘어서 도망갔다.




우리는 옥상에서 시간을 보냈기도 했 다. 야옹이는 옥상 난관에 주로 앉아있 었고 나는 그런 야옹이를 바라보곤 했 다. 처음엔 떨어질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런일은 없었고, 야옹이는 참으로 안 정적이었다. 위태로운 안정감 참으로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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