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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가온해 Jun 16. 2022

평범한 여행자 3

나는 야옹이와의 기억이 영원할 줄 알았다. 추억으로 남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미 야옹이는 내 삶의 일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 다. 이별은 역시나 생각하지 못했을 때 찾아왔다. 그리고 너무나 이른 것이었 다. 야옹이는 많이 아팠다. 아픈 야옹이 를 데리고 병원을 전전했다. 하지만 야 옹이는 병의 완화와 악화를 반복했고 결국 수혈을 받다가 나를 떠나게 되었다.



나는 그 때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 었다. 아니, 나의 세상의 무너진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야옹이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당연히 준비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야옹이의 죽음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날이 지나도 가슴이 답답했고 나의 순 수를 떠나보내기가 어려웠던 나는 컴퓨 터 게임으로 현실 도피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컴퓨터 게임 속의 세상이 현실 인 것 마냥 시간을 보냈다. 이 세상과 는 많이, 참 멀게도 떨어졌었다. 얼마 남아있지 않은 인간관계마저 정리한 채, 아니 정리가 아니라 잊은 채로 게 임 속의 사람들과 연락을 하며 소통했 고 관계를 맺었다. 어느새 게임은 현실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장을 지나던 중 케 이지에 갇혀 있는 고양이들을 보았다. 망치로 세게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 고 귀에는 징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 이 멈춘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세운 현실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언 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강했고 정신을 차려야 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했다. 가장 먼저 들었던 것은 고양이를 다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고양이를 사겠다고 상인에게 말 했고 마음에 드는 고양이 두 마리를 살펴보다가 한 마리를 선택했다. 고양이 가 살던 곳은 한없이 열악한 조그만 케 이지였지만 그 아이를 집에 데리고 와 서 몸을 씻기고 내 방에 잠자리를 마련 하고 화장실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때처럼 데려온 고양이를 야옹이라고 불렀다. 야옹이는 검은색 털과 노란색 빛을 띄는 털이 섞인 고양이였다. 정말 애교가 많은 고양이였다. 야옹이는 열 악한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 에 몸이 약했고 재활운동을 하는 데 오 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나에겐 아 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세계의 이동을 경험했다. 너무 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인식하지 못한 채로 나에게 게임이라는 세계는 이미 오천년쯤 전에 멸망해버린 제국과도 같았다.




야옹이와 나는 금방 가까워졌고 나는 다시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영어 영문학과 학사를 졸업하기는 했어도 그 당시에는 아직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부족했었다. 영어 소설책들과 토익 책들을 사서 공부를 시작했고 6개월이 지난 후 나는 어느 정도 성장했고 영어 과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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