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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가온해 Jun 16. 2022

평범한 여행자 6

내가 필리핀에서 여행을 하고 있던 중 만났던 다리의 괴사가 진행되고 있 던 어린 여자아이가 생각이 났다. 나는 그 아이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돈을 주 었다. 지금 만난다면 조금 더 많은 돈 을 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여유가 별 로 없었기 때문에 아마 돈을 조금 밖에 주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한 감정이 든 다.

아마도 신에게 선택받은 건 일부 사람들 뿐인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내가 사소한 차이로 목숨을 구한 적이 두 번이나 있다. 그 뒤로 신을 믿게 되 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라면 이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새는 두 마리 고양이와 세 마리 개 를 키우고 있다. 다들 각자의 성격이 강하게 구별된다. 매일 세 마리의 개를 우리 집 옥상에서 산책 시킨다. 지금은 겨울이다. 너무 춥다. 그래서 힘들지만 애교를 부리는 개들과 있을 때면 그런 생각은 사라진다.



한 번은 무소유를 말하는 교회를 가입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다들 내게 잘해주었다. 그러다가 몇 달 후 내게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게 헌금 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 교회의 동생 은 자신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 은 첫 월급을 전액 다 교회에 헌금했다 고 이야기했다. 나는 또 한 번 내 가설 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무소유를 말하는 사람들치고 무소 유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교회에서 탈퇴했고 교회에서 알게 된 동생은 여전히 교회를 다닌다. 가끔씩 연락을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하 면서 버는 돈의 절반을 교회에 헌금으 로 낸다고 한다. 대신 교회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는 애정에 교회를 그만두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이해한다. 요즘같이 누군가 에게 관심 없는 시대에 애정을 받는 다 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수십 만 원을 주고서라도 애정을 받을 수 있다 면 그것은 나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 다. 단지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상실의 시대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린 다. 반복되는 상실과 기대로 지쳐버린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이용하는 상실된 사람들.



때때로 애인을 사귀고 헤어지고를 반 복했다. 이제는 사람에게 별로 미련도 집착도 하지 않게 된다. 내 애인들은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나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한번은 진짜 싸 이코 같은 여자친구를 만났다. 진짜 돈 을 너무 많이 원했다. 나를 사람이 아 니라 물주로 봤다. 결국 나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어냈고 조금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은 괜찮아졌다.



때때로 나는 생각하고는 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미치지 않는 건 냉정한 사 람이다.’


나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자비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러던 중 나는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 호감형의 예쁜 여자였다. 수진 이라는 이름의 여자였다. 수진씨는 나 와 친분을 쌓았고 그녀는 내게 여러 명 의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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