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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가온해 Jun 18. 2022

평범한 여행자 9

나의 삶은 무료했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모두들 알다시피 예술가는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 나에게는 재능이 부족했다. '언어'는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모든 종류의 언어는 쉽게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은 달랐다.


언어가 한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라면 예술은 자신의 내면 또는 신과 소통하는 언어이다. 예술은 '광기'가 필요하다. 그것도 정제되어 있는 광기가 필요하다. 날 것의 광기는 사람을 그저 미치광이로 만들 뿐이다. 


나에게는 광기가 부족했다. 사람들은 각기 크기가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나의 한계는 명확했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나는 내 자신에게 만족했다. 나의 재능이 부족한 것을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했다. 사람은 자신을 정확히 평가하여 보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비록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나쁘지 않는 삶이란 중산층 이상의 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평생 월세만 받아먹어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이 사실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괜히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자아를 찾겠다고 해외에 가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나는 가끔 재능이 부족한 예술가를 만난다. 나는 그들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저 자신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포기하면 되는데 계속해서 예술가의 삶을 꿈꾸는 그들의 인생은 비극으로 가득차 있다. 결코 세상이 비극인 것이 아니다. 세상은 희극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이 희극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객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알바생, 일용직 노동자로 사는 것을 받아들이고 돈을 모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은 것이다.


나는 내 또래의 사람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내게 지혜를 주었다. 이 지혜는 내게 만족하며 살게 만든다. 모두가 히어로가 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작곡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배우가 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가수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며 사랑해주면 된다.


전통적인 관습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다. 요즘 유행하는 동성애 문화와 트랜스젠더 문화는 결코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순간의 쾌락을 쫓는 삶인 것이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사는 전통적인 문화를 따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내가 가입한 개신교 계열 종교 단체 또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모두가 좋은 사람들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쨋든 내가 그곳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은 나의 편인 것이다. 그곳에서의 활동은 재미있었다. 우리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고 전도를 했다.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이 대부분 걸린다. 즉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의 흑사병인 것이다.


종교 단체에서는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으로 나눠져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렀다. 사실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야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경제적 상황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려야지 가치관이 맞는다. 나는 중산층인 사람들과 어울렀다. 우리는 제법 과격한 면도 있었다. 서울의 동성애자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깽판을 치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는 일이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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