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되고 나는 안 되냐

고전한담古典閑談 - 2

by 노닥거리

포근한 어느 겨울날
동갑내기 깨복쟁이 친구들이 모여

한 친구의 칠십 번째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잔치 술을 거나하게 마신 후,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살리자며 동전치기를 하기로 했다. 벽에 동전을 쳐서 한 뼘 안에 있는 동전을 따먹는 게임이다.

각자 백 원짜리 동전 백 개씩을 준비하고 게임을 시작했다. 수십 년 만에 해보는 추억의 게임이고 술도 취했겠다 동갑내기들은 한동안 동심의 시절로 돌아간 듯 왁자지껄 즐거워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임판에 웃음이 사라졌다. 유별나게 손이 크고 손가락까지 기다란 김길쭉이가 동전을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던진 동전으로부터 어지간한 거리에 있는 동전들은 그 길쭉한 손가락 덕분에 모두 그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뿔이 난 최깐돌이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잔칫상에 널브러져 있는 먹다 남은 길고 뾰족한 꽃게 발 껍데기를 한쪽 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에 끼우고 나타났다. 손바닥을 쫙 펴는데 한 뼘의 길이가 족히 두 배로 늘어나 보였다.


"손가락 긴 놈하고 생일밥을 먹었더니 이놈의 손톱이 겁도 없이 쑥쑥 자라났네." 하면서 동전을 긁어 담기 시작했다.


"야, 이런 법이 어디 있냐?"

"노름판에서 무슨 얼어 죽을 법이냐?"


속이 뒤집어진 김길쭉이는

주방으로 가더니 한 손에 고무장갑을 헐렁하게 끼고 쇠 젓가락 하나를 들고 왔다. 그는 고무장갑의 엄지손가락 끝부분을 땅바닥에 대고 쇠 젓가락으로 꽂아 고정시킨 다음, 다른 손으로 새끼손가락 부분을 길게 늘어뜨리는 방법으로 뼘을 확장시켜 동전을 쓸어가기 시작했다.


"뭔 짓이냐? 그게 사람이 할 짓이냐? 그런 짓 하는 놈에게 옛 어른들이 아전인수 (我田引水)라 했다. '자기 논에만 물을 어댄다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이놈아."


"뭔 소리여? 판을 바꾼 것은 너였잖아. 니가 먼저 이치에 맞지 않는 짓을 억지로 끌어대어 견강부회(牽強附會)했잖아.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냐?"


어이가 없어 쳐다만 보고 있던 다른 친구들, 갖고 있는 동전을 내던지며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이것도 다 줄 테니까 배가 터질 때까지 실컷 처먹어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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