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행여 눈발 하나라도 술잔에 빠지면
그 술맛 심심할지도 모른다
눈 오는 날은
빈 술잔을 넘어
눈만 바라본다
눈이 그쳐도 아직
술을 마시지 않는다
설한풍에 얼어붙은 처마 끝 고드름이
낙숫물을 한 방울이라도 술잔에 빠뜨리면
그 술맛 덤덤할지도 모른다
눈이 그쳐도 아직
사립문 너머 수북이 쌓인
눈만 바라본다
저 눈 다 녹으면 그때 가서
머리띠 풀고 독한 술 한잔 해야겠다
독하게 참고 견딘 나를
해독시키고 위로해야겠다
눈이 인도한 청명한 깨달음을 안주로
진일장취盡日長醉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