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객 동안거(冬安居)

by 노닥거리

눈 오는 날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행여 눈발 하나라도 술잔에 빠지면

그 술맛 심심할지도 모른다

눈 오는 날은

빈 술잔을 넘어

눈만 바라본다


눈이 그쳐도 아직

술을 마시지 않는다

설한풍에 얼어붙은 처마 끝 고드름이

낙숫물을 한 방울이라도 술잔에 빠뜨리면

그 술맛 덤덤할지도 모른다

눈이 그쳐도 아직

사립문 너머 수북이 쌓인

눈만 바라본다


저 눈 다 녹으면 그때 가서

머리띠 풀고 독한 술 한잔 해야겠다

독하게 참고 견딘 나를

해독시키고 위로해야겠다

눈이 인도한 청명한 깨달음을 안주로

진일장취盡長醉하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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