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당

by 노닥거리

마당에 쌓인 눈을 쓸어 내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은, 이 산속에서 누가

가장 외로운가를 보고 싶어서다

외로움을 견뎌 내지 못하고 뛰쳐나와

누가 먼저 저 눈 위에 그 흔적을 그려 낼까

턱을 괴고 앉아 지켜보기 위해서다


분명, 풀 죽은 노루 한 마리 내려와

멀뚱하게 먼 산을 보며, 갈 곳 모르는

발자국을 듬성듬성 새겨 놓을 것이다

혹시, 겨울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던

너구리가 마당으로 기어 나와, 멍든 눈을

슴벅거리기라도 하면 뜻밖에 큰 행운이다

어쩌면, 어깨 처진 고양이가 무심코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뒤돌아서서

그윽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지도 모른다


턱 밑이 알알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가장 외로운 것은 눈 쌓인 마당이다

눈이 녹아 젖은 땅이 보일 때쯤에는

눈치 좀 있는 새들이 서둘러 찍어 놓은

뭉개진 발자국이라도 봐야 할 텐데


그렇게 한나절이 다 가고

오늘도 또다시 턱을 풀고 일어나

외로운 마당을 달래려 마당으로 나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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