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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타멀스 Jan 04. 2022

이용호의원은 사퇴하는 것이 맞다

살다보면 예측 가능한 일이 있고 깜짝 놀랄 일도 있다. 우리지역 국회의원 이용호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일은 예측 가능했던 일일까 아니면 깜짝 놀랄만한 일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몇 사람에게 물어봤다. 놀랍게도 그들의 첫마디는 ‘예측한 일’도 아니고 ‘깜짝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저 ‘창피스러운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 ‘제 갈 길을 간 거다’, ‘민주당이 차버린 거지. 민주당도 문제가 있어’라고 다소 중립적이거나 양비론적 입장을 가진 분들도 말하는 표정과 어투로 봐서는 씁쓸하다는 느낌이었다. 평소 그를 지지했다는 분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용호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은 ‘그의 정치적 소신이고 결단이니까 존중해 줘야한다’라고 진심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 분을 만나 좀 더 깊은 얘기를 듣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분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용호의원이 정작 우리를 실망하게 한 것은 그가 지역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그는 ‘사랑하는 남원·임실·순창 지역민들께 드립니다’라는 입장문에서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해명했다.


첫째는, 민주당 ‘복당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민주당은 저의 진정성을 받아주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현역 국회의원을 마땅히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나도 역시 그러했다. 그러나 복당을 위한 절차나 과정에서 파생된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복당이 안 되면 국민의힘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는 말도 떠돌더니, 마침내 그는 정말로 국민의힘으로 가고 말았다.

그가 보낸 문자만으로는 그의 진정성이 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갈등이 있다고 판을 깨고 반대진영으로 가는 것은 그를 선택한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을 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갈등이 있으면 그걸 풀어내는 것이 정치다. 유권자들은 그의 행보를 보고  그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위한 투쟁을 한다거나 정치를 하드라도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고 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의 패권과 기득권을 넘지 못했다’라며 그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는 모습은 정체 모르는 그의 진정성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두 번째 이유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며 ‘윤석열 후보로부터 수차례 도와달라는 간절한 도움의 요청을 받았고, 이를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사람(윤석열)에게 충성하러 간다는 것도 어리둥절할 일이지만, 두 번씩이나 그를 알아준(선택해준) 수많은 지역민들에게 충성하는 것은 선비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인가. 그의 머릿속에 있는 선비는 때에 따라 주인을 배신하기도 하고 선비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체면과 명분 따위는 헌신짝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는 분명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거나 소아적 행위를 보여준 것이다.


카페에 갔다가 옆자리에서 이용호의원을 성토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내기할까? 그 사람 머지않아 거기서 팽 당하고 또 당적을 바꿀 거여.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고!” 더한 말도 있었지만 지면에 옮기기가 적절치 않다. 정치인은 대중의 칭찬도 받고 욕도 얻어먹으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대중에게 내기거리나 되고 조롱과 냉소의 대상이 되면 이미 실패한 정치인이다. 


이렇듯 정치적 진로를 유권자의 뜻이 아닌 자신의 이해타산으로 결정한 이용호의원은 이제 의원직을 내려놓는 게 맞다. 다른 진영으로 가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것은 본인의 신념이겠지만 의원직은 반납하고 가야한다. 그것이 ‘꽃길이 아닌 길’을 간다는 그가 양쪽 진영에 보여줄 ‘진정성’이고, 누군가 애꿎게 손에 장을 지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유권자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열린순창>신문 '수요논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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