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 열림원

by 자룡파파

이 책은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더 반가웠던 건, 최근에 읽은 책 속에서 이미 한 번 이름을 마주친 책이라는 점이었다. 프롤로그를 펼치자마자 ‘스승’ 이야기가 나왔다. 스승이란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생사(生死)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그랬고, 몽테뉴가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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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려준다는 걸까. 그 문장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겁고 깊었다.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을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스승’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해 독서일기를 남기려 한다.


책에는 기자인 저자가 주기적으로 이어령 선생님을 만나 나눈 대화와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읽는 내내 저자의 존경과 애정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업적을 나열하며 찬양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오래 바라본 제자가 스승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진하게 전해졌다.


나에게도 저렇게 큰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읽는 동안, 직접 가진 적 없는 관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 들었다. 스승이 있다면 쉽게 스스로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배움을 게을리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잘못은 곧 반성으로 이어지고, 반성은 다시 노력의 동기가 된다. 스승의 조언은 생각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놓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부러웠다.


나는 아직 ‘인생의 스승’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없다. 대신 주변의 멋진 지인들을 보며 그들의 장점을 조금씩 배우려고 노력한다. 나는 사람의 장점을 잘 발견하는 편이고, 누구나 잘하는 게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동시에 단점이나 아쉬운 부분도 함께 보인다. 더 문제는 내가 쉽게 일반화한다는 점이다. ‘저 사람은 이런 상황이면 아마 이렇게 반응하겠지’ 같은 선입견이 금방 생긴다. 편견을 최대한 덜어내고 싶지만,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결국 온전히 한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는 일이 어려워진다.


스승이 없다는 건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쉽게 흐트러질 여지도 크다. 나는 종종 금방 만족해버리고, 배움을 미루고, 동기부여가 사라질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어령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전체를 뭉뚱그려 보는 ‘일반화’보다 한 사람과 한 순간을 정확히 바라보는 ‘구체화’를 연습해야 한다.


배움과 겸손함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책을 읽고, 읽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려 한다. 결국 나를 움직이는 건 ‘누가 해준 말’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생각해본 결론’이니까. 자기 머리로 생각하면, 겁날 게 없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이어령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다.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종교인인가 싶었다. 그런데 조금만 찾아봐도, 한국의 문화와 문학을 아우른 대표적인 지성이자 ‘큰 어른’으로 불리는 분이었다. 무지를 인정하는 건 늘 쑥스럽지만, 모른 채로 지나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어쩌면 내가 아직 배울게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오늘은, ‘스승’이라는 단어 앞에서 내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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