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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28. 2021

영국에서 온 한국 귀걸이를 말라위에서 만나다

항공수화물을 100% 활용하면 누구나 보따리 장수가 될 수 있다

주말 아침 현지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녀의 전화에 나는 잠시 고민해야 했다.


“영국에 사는 우리 이모가 귀걸이를 많이 사오셨어. 다른 사람들한테 팔건데, 너부터 먼저 보여줄테니 집에 오렴”.


‘나한테 팔겠다는 건가? 아님 나한테 준다는 건가?’. 그도 그럴것이 내가 한국에 다녀오면서 그녀에게 화장품을 기념품으로 주었기에, 설마 나한테 귀걸이를 팔겠다는 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문을 두드리니 친구와 마찬가지로 거구인 노년의 여인이 취침 가운을 입고 소파에 앉아 뜨거운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노년의 여인을 자신의 이모라 소개하며 작은 캐리어를 식탁 위에 펼쳐 놓기 시작했다.

 귀걸이를 판다더니 정말 “판매”라는 단어가 적합할 만큼 귀걸이가 매우 많았다. 이렇게 많이 들고 오는데 말라위 세관에서 안 잡았다는게 신기했다. 가방에 판매 목적으로 보인 물건만 있으면 가격 적어내라고 하여 관세를 부과하는 말라위 세관에 대한 기억이 무색해 질 정도였다.

귀걸이는 생각보다 예뻤는데 웃긴 건 모두 한국 제품들이었다. 지하철 점포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귀걸이들을 말라위에서 보니 신기했다. 자기가 나한테 받은 것도 있는데 설마 나한테 돈을 받고 팔 것인가... 혹시나 하는 기대도 품어 보았지만, 친절한 그녀의 눈과 입은 한쌍에 2,000콰차(=2,800원 상당)라고 말해주었다. 차를 마시던 그녀의 이모도 식탁으로 다가와 구매 촉진 도우미로 나섰고, 나는 그냥 한쌍을 구입하고야 말았다. 


친구는 “곧 사람들 몰려오면 너 귀걸이 사고 싶어도 못사^^”라고 말하며 나에게 첫 구매의 행운을 안겨준 자신이 대견한 듯 미소지었다. 팔 수 있는 물건에 대한 무상의 기브엔테이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기념품이라고 준 화장품은 그녀가 판매하고자 가져온 귀걸이와 등가성을 공유할 수 없었다.


물건 선택의 폭이 좁은 이곳에서 해외여행의 기회는 드물기 때문에 귀국하는 말라위인들의 가방은 매우 무겁고 풍성하다. 친구의 이모와 마찬가지로 모두 크고 작은 물건을 가져와 현지에서 팔아 이윤을 챙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한국 화장품들을 많이 가져와서 자기 집에서 라벨을 Made in Malawi로 바꿔서 팔자”는 제안을 했다. 자기집을 가내수공업장으로 만들어보려는 그녀의 집념에 또한번 무릎을 탁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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