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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28. 2021

말라위 농부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다

비료값, 농약값에 휘청이는 농촌

말라위 사람들의 주식인 시마(Nsima)의 주재료인 옥수수가 자라나는 모습

한국에서 사온 각종 채소와 꽃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건 아니고 며칠에 한번씩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새싹들. 그간 말라위에서 채소를 키워본 결과 무우, 갓은 참 잘 자라는 모습을 봐왔기에 이번에도 무우, 갓은 빼놓지 않았고, 옥수수나 배추도 심어보면 잘될 것 같아 추가했다. 또 아스파라거스, 우엉 등 특수작물(?) 씨앗도 추가하다보니 씨앗 구입에만 10만원을 넘게 지출했다. 

사실 밭에 바로 씨앗을 파종해도 되지만 뭔가 질서있게 심고 싶어서 먼저 싹을 틔운 후 밭에 옮겨 심기로 했다. 심어보니 옥수수나 호박, 오이처럼 씨앗이 큰 작물들이 싹도 빨리 틔웠다. 채소가 5cm 정도 자라자 밭으로 옮겨 심었다.

하루에 두세 번은 밭을 둘러보며 푸릇푸릇한 밭의 자태에 홀로 흐뭇해진다. 물을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 주는데 전기가 없는 날은 물통에 물을 넣어 일일이 뿌려야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말라위 사람들에게 친숙한 채소인 옥수수를 심어둔 덕에 내 텃밭은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는데, 자신들이 잘 아는 작물이다보니 이런 저런 훈수(?)를 둔다.


지난 주에는 염소똥 8자루(8,000콰차=약 12,000원)를 구입해서 밭에 뿌리고, 엊그제는 비료(화학비료)를 뿌려야 한대서 비료를 뿌렸다. 염소똥은 그냥 밭에 펼치듯 뿌렸는데 비료는 작물 옆에 손가락으로 구멍을 꾸욱 뚫어 그 속에 비료를 채우는 것으로 그 방법이 달랐다.

그런데 오늘 물을 주다 보니 배추 밭이 듬성듬성, 싹이 몇개 씩 비어있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메뚜기가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메뚜기라니? 근래 메뚜기 본 지가 오랜데 언제 와서 내 배추를 먹었단 말인가. 그것도 배추만 골라 뜯어먹는 메뚜기도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하는 말이 농약을 사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작게 텃밭을 일궈 농사를 짓는데 농약까지 뿌리는 건 좀 오바다 싶어서 알았다, 하고 말았는데 현지인들은 농약을 일상적으로 사용함을 알 수 있었다.


소나 염소 등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라면 똥을 천연비료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 외에도 화학비료와 농약도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농사는 노동력 뿐만 아니라 경제력도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작물은 자라는 동안은 아무런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그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물만 하더라도 관개수로가 없는 지역은 밭이나 논에 댈 물이 충분치 않아 농사를 지을 수도 없다. 일자리가 부족한 마을의 잉여 노동력을 가장 쉽게 흡수할 수 있는 산업이 농업이라고 한다면, 수자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은 그러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이다. 땀흘려 가꾼 작물들을 팔아 농사 짓느라 빌려 쓴 채무를 갚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데 이러한 싸이클을 계속해서 반복할 뿐이다. 농사를 지으면 가족들이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옥수수는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외국인인 내가 설마 이걸 혼자 다 먹을까 싶은지 지나가는 현지인들마다 자라나는 옥수수를 보며 미소짓는다. 그래, 내가 나눠줄 거란 희망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하지만 수 틀리면 나도 가차없이 다 팔아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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