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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28. 2021

말라위의 카멜레온은 누군가의 환생이다

아프리카의 주술 Juju_1

 난생 처음 카멜레온을 실제로 보았다. 현지인들은 무섭다고 도망치는데 뭔가 하고 보니 카멜레온이었다. 모두들 카멜레온이 물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데, 나뭇가지에 손을 뻗으니 손에 살포시 내려 앉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순했고 발가락이 정말 귀여웠다.

말라위 사람들은 카멜레온이 누군가의 환생이라고 여긴다. 사람이 카멜레온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면 화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카멜레온의 눈알은 앞뒤로 움직이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라위에는 갖가지 미신이 존재한다. 예전에 말라위 미신들을 따로 조사해서 사업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 있는데, 그때 미처 다 못 싣은 미신들이 훨씬 더 많다. 미신의 대부분은 불운을 불러오는 행위에 대한 것인데, 실제로 누군가를 저주하는 주술도 성행하는 등 평화로운 말라위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들이 많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또한 미신을 많이 믿으셨다. 아마도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당신의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던 터라 그 보이지 않는 대상에 대한 경외와 의존은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었으리라. 말라위 사람들 또한 아직까지 개인의 뜻대로 삶을 일궈나가기에는 여러가지 사회, 경제적 걸림돌들이 많기에 문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누군가의 시기와 질투 또는 개인의 실수로 문제를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신문에는 남성의 성기를 크게 만든다던가, 떠나간 연인을 되돌아오게 한다는 주술사들의 광고가 버젓이 등장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비뇨기과 전문병원 광고나 연애상담 전문가 광고가 이런 주술사들의 광고를 대신하는 것이 맞는데 아직도 주술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카멜레온이 가니 이번엔 코모도 도마뱀이 나타났다. 이런 도마뱀들은 죽여도 된다고 하는데 무사히 도망쳤길 바란다. 미신을 가진 동물은 어떤 면에선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군가 함부로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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