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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28. 2021

말라위와 모잠비크의 땅, 리코마 섬에 배를 타고 가다

말라위 호수, Likoma Island

말라위에서 손꼽을 만한 여행지를 꼽는다면 나는 리코마 섬을 그 중 하나로 뽑겠다. 국토의 대부분이 호수인 말라위니 뭐니 하는 말은 지겹기도 하지만 진짜 멋진 곳을 꿈꾼다면 나는 리코마 섬으로 사람들을 인도하고 싶다.


리코마 섬으로 향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경비행기 또는 페리. 경비행기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내가 리코마 섬에 갔던 게 2019년이고 그 사이 코로나도 있었고 지금은 가격이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에 프로모션도 많이 만들었는데, 리코마 섬이 워낙 프라이빗한 섬으로 가꿔진 면이 있어서 리조트의 수준이 높은 편이기에 프로모션도 가격이 후덜덜하다. 개인차는 있겠으나 나는 가성비를 꽤 많이 따지므로 페리를 타고 갔으나, 다시 간다면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이다...

페리(현지에서는 일랄라 Ilala 라고 부른다)는 셍가베이(senga bay), 은코타코타(nkhotakota), 은카타베이(nkata bay) 등 호숫가에 위치한 마을에서 출발하는데, 배를 댈 만한 항구가 마련돼 있지 않은 탓에 배는 호숫가에 둥둥 떠 있다.


그럼 그 배를 어떻게 타느냐... 배까지 이동하려면 작은 배를 타고 배로 올라 타야 한다. 그 작은 배 또한 항구에 정박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얕은 물에 떠 있는 상태기에 작은 배를 타러 가려면 옷이 물에 젖지 않고는 안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장한 마을 청년들의 무등을 타고 작은 배로 이동한다. 나이 서른 넘어서 무등이라니 부끄러웠으나, 막상 누군가의 어깨에 앉으니 상당히 무서웠다. 하지만 물속으로 점점 들어가니 뭔가 거북이를 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배에는 객실이 여럿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선상 통로에서 머물고, 나는 그래도 잠만은 제대로 자고 싶어서 객실을 예약했다. 객실 가격은 한 25,000콰차 정도 했나. 기억은 잘 안난다. 이건 나중에 더 추가하도록 하겠다. 객실에는 나름 세면대도 있고 협탁도 있고 선풍기도 있는데, 혹시라도 고객들이 훔쳐갈까 비품 목록을 벽면에 부착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배가 출발할 생각을 안한다. 한 4시간 정도 있다가 출발했다.

이층짜리 배인데 위에는 bar가 있어서 차가운 맥주를 맛 볼 수 있다. 바맨도 친절하고 술도 마음껏 먹고 평화로웠다.

잘 가던 배가 은코타코타에서 멈춰서 또 4시간 가량 기다렸다.

치킨 샐러드를 시켰는데 치밥이 왔다. 맛은 좋았다.

메뉴가 꽤 다양하고 맛도 괜찮은 편이다.

오매... 이렇게 많은 곳에 멈추면 도대체 리코마는 언제 간단 말이뇨. 나중엔 옥수수를 잔뜩 실었는데 옥수수 자루가 터져서 그거 쓸어담느라 또 배가 한참 머물렀다. 객실이 편안할 거라는 건 나의 헛된 바람이요 망상이었다. 배의 엔진 및 모터 돌아가는 소리... 엄청난 바퀴벌레, 선풍기는 훈풍기로 변신... 정말 잠을 제대로 못자고 객실 밖에 나와 담요펴고 노상을 했다. 정말 객실은 안잡는게 낫다. 이스라엘 여행자들은 텐트를 가져왔던데 그들은 정말 똑똑했다...

이윽고 섬에 내리니 거의 32시간만의 육지 착륙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쁠수가...! 리코마 섬은 앤드류라는 스코틀랜드인이 터줏대감처럼 가꿨는데, 스무살 때 리코마 섬에 와서 현지인들과 동고동락하며 섬을 가꾸고 호숫가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는 카야마와(kaya mawa. 치체와로 “아마도 내일”)라는 리조트를 개발했고 나중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년필 브랜드 회장에게 거액에 팔았다. 그 후 그는 카야마와 옆 다른 beach에 Pure likoma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앤드류를 처음 봤을 때 넘 깜짝 놀랐다. 술을 술을 얼마나 잘 먹는고 하니... 그냥 몸의 수분을 온통 술로 보충하는 듯 했다. 그의 간에는 아마 물과 술을 분리하는 장치가 있는거 아닐까 문과의 영재로 자라난 나는 헛된 상상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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