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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28. 2021

말라위 릴롱궤에서 집 구하기_1화

안전하고 전기, 수도 문제가 심하지 않은 동네

 말라위에서 보낸 5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살리마(Salima) 현에서 지낸 나에게 릴롱궤는 그저 일보러, 장보러 가는 도시에 불과했다. 살리마가 주거지로서 지니는 가치는 호수에 있다. 호수와 가까울 수록 집세는 비싸지고 호수에서 멀어질 수록 집세는 싸다. 물론 살리마 시내에도 최근에 지어진 집들이 꽤 있어서 좋은 집은 그리 싸지 않다. 호숫가에서 살지 않을 바엔 살리마에 사는 건 별로 메리트가 없다. 행정, 병원, 쇼핑 등 여러가지 생활적인면에서는 릴롱궤에 사는 편이 살리마보다 낫겠다고 할 수 있다. 말라위의 부자들이 평일에는 릴롱궤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는 살리마의 별장에 방문해 시간을 보내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출처: The Eye Malawi

말라위의 외국인들은 대부분 릴롱궤(Lilongwe)와 블랜타이어(Blantyre)에 살고 있는데 과거에는 블랜타이어에 더 많은 외국인들이 살았다면 요즘은 릴롱궤에 더 많이 사는 추세라고 한다. 말라위 또한 부동산 개발붐이 일고 있고 땅 값이 상승함에 따라 수도인 릴롱궤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위 지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최근에는 area 51에도 새롭게 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area들이 생기고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릴롱궤 강으로 지역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데, 한국으로 치면 강북 지역이 개발이 된 상태고 강남 지역은 새 집들은 많으나 전기, 수도 등 인프라가 원활하지 않은 동네이다. 릴롱궤에서 과거부터 외국인 주거지역으로서 개발된 동네는 area 3/9/10이 대표적인데, 이중 area 3과 10은 전형적인 old money들의 동네이고 9는 인도인 갑부들이 많이 산다. 이들 동네는 전기, 수도 사용이 원활할 뿐만 아니라 보안 수준이 높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보안 수준이 높은 동네라는 건 소득 수준이 비슷한, 끼리끼리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주변에 슬럼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 3개의 area에 속하진 않지만 근처에 있는 동네인 area 12/14/15/43/47도 좋은 수준의 보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거지로서의 인기가 높다. 단, area 14, 15는 다소 시끄러울 수 있고 47은 주변에 슬럼이 있다.


area 43의 경우 조이스 반다(Joyce Banda) 대통령 집권 당시 발생한 Cash gate를 통해 횡령된 돈으로 지어진 집들이 많다. 각 컴파운드(compound)에 거대한 지붕을 얹은 집들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정원은 거의 없는 집들이 바로 그 집들이다. 횡령한 돈을 빠르게 감추기 위해 일단 집을 크게 지어놓긴 했는데 집세가 비싸서 세입자를 못구하고 있는 사연을 가졌다. area 43의 모든 집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카넹고(Kanengo)와 area 43 중간에 조성된 고급 주택단지가 그렇다는 소리다.


집을 구할 땐 주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매물들을 살펴보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같은 집이 계속해서 포스팅된다면 문제가 있다는 소리다. 내 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기에 집을 구하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집은 되도록이면 최소 3군데는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 페이스북에서 Lilongwe rent를 검색하면 꽤 많은 그룹들이 나오는데 이 중에서 가입자 수 상위 1~4위 정도의 그룹에 모두 가입하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게시물은 주로 부동산 회사, 개인 중개인 또는 집주인이 직접 올리는데, 집의 사진&위치&설명&가격&연락처 등을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연락하여 약속을 잡고 집을 보러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집주인은 모르는 번호로 연락을 받는 것이 귀찮아 대부분 개인 중개인에게 매물 소개 등을 맡기는데, 집을 보자고 해서 만나면 집을 보는 값을 내야한다. 집 구경 비용은 5,000콰차(=약7,200원)로써, 예를 들어 내가 area 43의 집을 하나 알게 돼 구경하고 5,000콰차를 내면, 나중에 area43의 다른 집을 구경할 땐 그 돈 안내도 된다. 물론 같은 개인 중개인을 이용할 때의 일이다. 중개인이 한 집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방식이기에 집이 정말 맘에 든다면 집주인에게 보증금(월세 1개월치)를 걸어두는 게 안전하다. 일단 돈을 빨리 주는 사람에게 집을 빌려주고자 하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해보고 오겠다는 식으로 밀당을 시도하면 안된다.


꿀tip이 있다면, 일단 앞서 생활하기 좋다고 언급한 area 3/9/10/12/14/15/43/47의 매물이 올라온다면 주의 깊게 보고,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중개인과 따로 연락하여 원하는 집에 대해 설명을 해놓으면 좀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 8개 동네는 안전한 대신 집들의 대부분이 가족 단위 생활에 적합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혼자 살기에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면 1인 또는 2인 가족이 살기에 괜찮은 주택들도 많고, 혼자서 살기가 좀 무섭다면 본채에 딸린 별채를 렌트하여 생활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집을 렌트하는 것에 대해 하나 더 언급하자면 유독 area 49에 매물이 굉장히 많은데, 이쪽은 출퇴근 시 교통혼잡이 꽤 심하고 계속 개발 중인 동네라 허허벌판에 엄청 좋은 집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세를 놓기도 하는데, 이 경우 집도 깨끗하고 안전해보였으나 교통 부분이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릴롱궤는 도로가 좁은데 자동차는 계속 늘어나는 등 도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물론 다른 아프리카 수도보다는 낫지만) 본인의 거주지와 근무처 간의 거리도 잘 생각해서 주거지 위치를 선정하면 좋을 것 같다.


집을 구하는 방법은 이미 지어진 집을 임대해서 사는 방법도 있지만, 집을 매매하거나 새로 지어서 사는 방법도 있다. 집 매매의 경우 8개 area에서 산다고 할 경우 최소 1억 5천만원 정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매매 생각은 없어서 잘 알아보진 않았으나 대체로 좋은 area에 있는 잘 가꿔진 집은 2~3억 정도 했던 것 같다. 집을 새로 짓는 경우는 대체로 8개 area에는 이제 빈 땅이 없다. 물론 빈 땅이 있긴 있으나 집을 지을 계획을 가진 땅이고, 가격도 비싸다. 말라위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area 57과 리쿠니(Likuni) 근방인 NRC(Natural Resources College)부근에 땅을 사서 집을 지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교통도 생활환경도 괜찮은 동네이다.


가장 중요한 월세. 부동산 회사를 통해 집을 계약하는 편이 안전한데 수수료를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한다. 수수료는 1개월 치 월세의 일정 %를 지급한다. 개인 중개인의 경우 사실 자격 없이 야매로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들이 수수료를 요구하면 한 5만콰차 정도 쥐어주고 떼어 내는 것이 필요한데, 부동산 회사에 소속된 중개인에게는 정해진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월세 납부 주기는 집주인과 논의해서 결정하면 되는데 1개월, 3개월, 6개월 등 각자 상황에 따라 결정하면 되겠다. 월세 1개월치는 집 계약 전에 보증금처럼 걸어두는데, 나중에 계약이 만료된 후 집에 별다른 이상이 없을 시 집주인이 돌려준다.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집주인이 계약 연장 가능 여부를 통보해주는데, 대부분은 월세를 조금씩 인상하고 계약을 연장해주는 편인듯 하다.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는 집주인과 되도록 친하게 지내는 것이 여러모로 신상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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