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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Sep 30. 2021

말라위에서 술꾼이란?

도시와 시골에서의 차이 

술집 술냉장고 앞에서 찍은 사진. 본의 아니게 나도 찍혔네

 사실 처음에는 아프리카하면 뭔가 자유로운 느낌에 사람들이 술을 즐길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만 마시고 안 마시는 사람은 입에도 안댄다고 보면 맞다. 우간다 마사카(Masaka) 치왕갈라(Chiwangala) 마을에 살 당시 그 동네 술집에 있는 스미노프(Sminorf)는 오직 나 혼자 마시는 거였다. 트럭이 흙먼지를 뚫고 동네 술집마다 술을 전달하는데, 어떤 날은 그 큰 트럭에서 내가 주문한 스미노프 한짝만 내린 적도 있었다. 그날 마침 다른 술은 다 갖추고 있었는지 내가 주문한 술만 트럭에서 내려주고 떠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우간다에서 자생 종교(샤머니즘, 토테미즘 등)를 믿는 사람들과 교류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는 이런 것들을 믿는 사람들은 지역 사회에서 배척 당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주술사를 통해 주술을 부린다던가 하는 건 암암리에 진행되긴 하나 대놓고 믿기 보다는 교회나 모스크에 다니면서 몰래 주술사를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말라위에서 보니 아예 메인 부족인 체와(Chewa) 자체가 무속신앙을 믿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부족으로 구분되진 않지만 라스타파리(Rastafari)를 믿어서 자연, 음악, 술, 대마초를 즐기며 평화를 숭상하는 믿음도 꽤 널리 퍼진 편이다. 드레드록 머리를 한 사람은 라스타(Rasta)라고 부르는 이런 사람을 만나면 "아이리~(Airee)"라고 말하면, 다들 엄청 좋아하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해진다. 이 사람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뭔가 구속받지 않은 자연인의 느낌이 난다. 암튼 이 라스타들 참 괜찮은 사람들이다.


말라위에서 가난한 이들은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로컬 맥주를 마시고 부자들은 위스키나 와인을 즐긴다. 로컬 맥주는 한잔에 100콰차 정도로 엄청 싼데 싼만큼 숙취가 장난이 아니다. 위스키나 와인 같은 건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 않은데 그건 남아공이나 모잠비크에서 술을 밀수해오기 때문에 가격대가 그렇게 높지 않다. 얼마전에는 남아공 주재 말라위 대사관 직원들이 맥주를 말라위로 빼돌리던 게 발각돼서 추방 당했다고 하니 뭐 말 다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역시 맥주 따위를 빼돌린 피라미들은 반드시 잡힌다... 이다. 양주 빼돌린 사람은 안 잡혔단 말이다.


술을 마시는 사람에 대한 말라위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일단 도시의 교육 수준과 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이따끔 술을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게 하나의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반면 시골에서는 종교적인 믿음에 따라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술을 마시는 사람을 좋지 않게 보는 경향이있다. 이유인즉슨, 산업이 농업, 어업으로 한정된 마을에서 벌이야 뻔한데 그 돈으로 술을 마셔버리면 식비며 아이들 교육비며 하는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없는 자가 술을 마시면 그건 여유가 아닌 죄가 되는 것이다.


가끔 보면 본인을 "Born again 거듭나다"했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원래는 술도 많이 마시고 대마초도 많이 피웠는데 신앙의 힘으로 다 끊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딱히 엄청 흔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는데, 현재 모습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과거 모습이 엄청 달라서 놀랄 때가 많다. 뭐 신앙의 힘으로 자신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이런 건 아니지만, 시골 마을의 술 취한 아부지들은 하루 빨리 가정과 자녀들을 위해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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