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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0. 2021

말라위에서 고양이 키우기

그렇게 집사가 된다 

 만다지와의 인연은 2017년 6월 3일 사무실 근처에서 배가 고파 우는 새끼 고양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배가 고팠는지 바닥에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병마개 비닐을 먹으려고 했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왔다고 보기엔 꼬질꼬질 땟국물이 흐르는 상태였고 누군가 구해주지 않으면 오늘 밤을 못 넘길 것처럼 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현지직원은 자기가 키울 것 마냥 고양이를 안타까워했고, 그 직원이 키우는 것으로 이해한 나는 흔쾌히 고양이를 사무실로 데려와 우유가루를 물에 탄 것과 만다지(Mandasi 아프리카 도넛)를 뜯어주었다.


우유도 잘 먹고 만다지도 잘 먹는 이 고양이에게 “만다지(Mandazi)”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경계심이 심한 만다지는 작은 발톱으로 자꾸만 사람을 할퀴었다. ‘예쁘지도 않은 게 성격까지 사나우면 누가 너를 좋아해?’라고 생각한 나는 퇴근 후 고양이와 함께 현지직원의 집에 방문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고나서 집으로 가려는 나에게 현지직원은 상냥한 얼굴로 “고양이 데려 가”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던 나는 “니가 키우는 걸로 알았는데?” 말했고, 현지직원은 “나는 키울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생선 살을 맛있게 먹어 치운 불쌍한 고양이를 또다시 길 위로 내몰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만다지를 안고 그 집을 나섰다. 만다지는 자꾸만 내 팔을 할퀴며 도망치려 했지만 ‘바보야, 이 밤에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생각하며 자충수를 두려는 동물의 미련함에 혀를 끌끌 찼다. 갑자기 배 위로 뜨거운 액체가 스르르 흘렀고 그것이 만다지의 오줌이라는 것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줌을 싸서 내 배에 영역표시를 한 만다지를 안고 집에 도착하니 하필 정전이 돼서 온통 깜깜한데 찬물만 나오고 있었다.


더러운 고양이를 집에 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찬물로 일단 씻기고 수건으로 털을 말려주었다. 전기가 없으니 드라이기로 말려줄 수도 없어서 털을 말린 후 내 품속에 안아 열기를 전해주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만다지는 다행히 살아있었고 배가 고픈지 울어 댔다. ‘명이 꽤 길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만다지에게 말을 걸었다. 내 자신을 “엄마”로 지칭하는 게 낯설었던 나는 만다지에게 “언니한테 오세요”라고 했고 만다지는 아장아장 걸어서 나에게로 왔다. 만다지의 어린 시절은 개냥이의 정석과도 같았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던 나는 검색을 통해 새끼 고양이 식사 준비법을 알게 됐고, 삶은 감자를 으깨고 삶은 소고기를 잘게 찢어 만든 식사를 만다지에게 제공하였다. 만다지는 내가 주는 것은 뭐든 잘 먹었고, 내가 먹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보고 싶어 할 정도로 식탐이 많은 고양이였다. 잘 때면 내 손가락을 빨며 자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당시는 이빨도 없을 때라 아프지 않았다. 손가락을 엄마 고양이의 젖꼭지로 여기나 싶어 그냥 내버려뒀는데, 한번 잘못 들인 습관은 이빨이 다 자라나서도 변치 않아 내 손을 장난감으로 여긴다.


만다지가 어렸을 때는 세수대야를 화장실로 썼지만 점점 자라나자 아기 목욕용 대야를 화장실로 쓰게 하고 있다. 당시 호숫가에 살았던 터라 화장실 모래는 진짜 호숫가 모래를 썼고 날마다 호숫가에서 모래를 퍼서 나르는 것이 일이었다. 고양이 대소변 냄새는 엄청 심해서 한번 사용한 모래를 호숫가에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집 마당 한 켠에는 모래성이 쌓여만 갔다. 만다지는 무럭무럭 자라 내 말도 알아듣는 영리한 고양이가 되었고, 말라위 시골에서 외거노비로 살아가던 나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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