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다지 Oct 10. 2021

말라위에서 택배를 이용해 보자

국내 택배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택배를 받을 일이 있어서 씨티몰(City mall)에 위치한 스피드(Speed) 지점에 갔다. 씨티몰에는 치킨집, 피자집, 마트 외에도 크고 작은 양품점이 있고 맞은 편에는 KFC도 있다. 씨티 슈퍼마켓(City supermarket)은 정육점 수준이 꽤 괜찮은 편인데 할랄 방식으로 잘 죽여서(?)인지 고기가 싱싱하다. 사람들은 오너가 무슬림이라 주류를 안 파는 씨티 수퍼마켓을 Shitty supermarket으로 바꿔서 부르기도 한다. 추첨 행사도 종종 하는 씨티 수퍼마켓의 경품 수준은 자동차, 가전제품, 현금 등 스케일이 꽤 크다. 지난번 행사 1등 경품이 소형 자동차였는데 차량 외부에 씨티 수퍼마켓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어서 나라면 당첨되자마자 팔 생각부터 할 것이다.

스피드 사무실의 위치는 Shop no.2로 기재돼 있는데 역시 무슬림들이라 그런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상점 번호를 매긴 것 같았다. 입구만 보면 작은 가게 정도로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꽤 넓다.

스피드는 2018년에 런칭했고 조직도를 보니 이름이 다 무슬림 이름이라 어느 국가 쪽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인도계 일족인 듯 했다. 말라위의 주요 도시에 지점이 하나씩 있고 최근에는 릴롱궤 말랑가랑가(Malangalanga)에도 지점을 냈다고 한다. 택배 배송 현황도 추적할 수 있는 전용 어플리케이션도 출시해 뭔가 제대로 하는 회사라는 믿음을 준다.


지점 내부에 들어서면 접수, 수령 데스크가 각각 하나씩 있다. 접수는 왼쪽, 수령은 오른쪽 데스크로 가면 된다. 택배 송장을 보여주면 송장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여 택배를 찾아주는데, 내 번호를 적어간지 30분이 지나서도 내 택배를 안 갖다 주는 것이었다. 내 뒤로 온 사람들도 택배를 찾았는데, 내 껀 소식이 없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직원에게 내 꺼 찾고 있는 거 맞냐고 물으니 눈썹을 찡끗 들어올리며 찾고 있으니 기다리란다. 인내심을 발휘해 조금 더 기다렸다가 직원에게 다시 물으니 직원이 나더러 따라오라고 했고, 직원을 따라 데스크 뒤쪽으로 들어가니 창고와 사무실들이 안에 더 있었다. 분실했다고 하는 건 아닌지 싶어 걱정이 되었지만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캐비넷을 더 뒤진 후 내게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배달 비용은 보내신 분이 미리 지불했기 때문에 다른 비용은 더 낼 필요가 없었고, 수령인 명부에 내 이름을 적고 서명한 후 사무실을 떠날 수 있었다.

지점 내부는 위와 같이 생겼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라 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스크 안 쓴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비용도 저렴하고 배송도 빨랐던 스피드는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다른 택배 업체들과 달리 배송 전용 트럭이 있고, 오토바이로 직접 배달도 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집이나 사무실로 택배를 받아볼 수도 있다.


오늘의 교훈은 역시 남보다 더 오래 기다리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항의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상급자를 찾으라는 것. 마법같은 만국의 공통 언어="사장 나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