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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0. 2021

말라위에서 즐기는 오디의 맛

뽕나무 열매

 릴롱궤에서 집 구하기 대장정을 마친 후 드디어 집을 구했다. '월세냐, 위치냐'의 두 갈래 고민 위주로 집을 알아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독립적인가, 비독립적인가'라는 고민을 추가해 알아본 결과, 월세/위치/독립성을 두루 충족하는 집을 찾게 되었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은 일본인 가족이라는데 5년 정도로 꽤 오래 살았다고 했다. 아마 집주인은 그 일본인 가족과 별다른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나에게 집을 내준 거 같았다. 집은 본채와 함께 servants' quarters가 있어서 공간이 꽤 넓은 편인데, servants' quarters를 타인에게 세를 주어도 된다고 했다. 새로 구한 집이 마음에 들었던 건 마당이 넓어서였는데 그냥 넓은 게 아니고 각종 나무들이 꽤 많다.

이 집 정원에 심겨진 뽕나무가 다 해서 세 그루나 되는데, 크기로 봐선 15년 이상 수령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잘 익은 오디 열매가 떨어져 바닥을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한 나는 오디를 수확하기로 결심했다.

키가 닿지 않는 나뭇가지를 잡아 당기니 오디가 저절로 굴러 떨어졌다. 바닥에 포장을 깔고 나무를 한번 흔들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뭔가 너무 '일'처럼 느껴져서 그냥 먹고 싶은 만큼만 따기로 했다.

새까맣게 익은 게 맛있고 특히 혼자 외따로 열리되, 크게 열린 오디가 맛있다고 평가해본다.

소쿠리 가득 4개 정도 땄는데 아직도 나무에는 더 많은 열매들이 자라고 있다. 오디의 요리법을 보니 주스, 스무디, 잼 등이 있었서 일단 믹서기에 오디를 갈아 마시고 있다. 말라위 마트나 시장을 가도 오디를 판매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는데, 아마 한국처럼 '사 먹는 과일이 아닌 따 먹는 과일'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일까? 한국도 오디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지만 바로 즙을 내 판매하지 과일 째로 판매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들었다. 시골 길가에서도 흔하게 손 뻗어 맛볼 수 있는 과일이라 사먹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고 했던 것 같다. 현지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뭐 이런 걸 돈주고 사냐'는 투로 이야기 했고, 오디의 특성상 잘 물러지기 때문에 유통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었다.


망고나무에 망고가 하나 둘 열리며 건기가 돌아오고 있다. 릴롱궤는 살리마에 비해 좀 쌀쌀한 편이긴 하지만 습기가 없고 햇볕이 강하지 않아 거주에 적합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키우고 있는 식물들도 저녁에 물을 한번 주면 그런대로 잘 자라는데, 살리마는 하루에 물 3번을 줘도 잎이 타 들어갔던 게 생각난다. 쉬기 위한 말라위 생활을 계획했던 만큼 뭐든 조급함 없이 느긋하게 블로그도 하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지내고 있다. 어쩌다보니 단기 은퇴생활이 되었는데, 쓰잘데기 없는 내용이나마 말라위에서 살아가는 백수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글로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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