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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1. 2021

말라위 은코타코타(Nkhotakota) 사파리의 매력

잘 알려지지 않은 사파리

출처: Rafiki Safari Lodge and Camp

 말라위에는 총 9개의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구역(Wildlife Reserve)가 있는데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사파리와 비교해보자면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상업적인 관광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약간은 프라이빗한 사파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말라위에서 유명한 사파리는 북쪽의 Nyika 국립공원, 남쪽의 Liwonde 국립공원으로 운 좋은 경우 표범도 봤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는 과거 우간다에서 동물을 많이 봤으므로 동물 보는 것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 편이라, 말라위에서는 딱히 사파리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로 친구의 지인이 살리마(Salima) 현과 가까운 은코타코타(Nkhotakota)에 롯지(Lodge)를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휴일을 이용해 방문해보기로 했다. 롯지의 이름은 라피키(Rafiki)로, 부아강(Bua river)를 사이에 두고 은코타코타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마주하고 있고 있었다.

부아강(Bua river)의 모습. 건기라서 흔한 개울처럼 보이지만 수량이 풍부할 때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한 호수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말라위에는 크고 작은 아름다운 강들이 많다. 부아강도 그 중 하나인데, 특히 플라이 피싱(Fly fishing)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낚시 명당이라고 한다. 부아강을 따라 걸으니 작은 물고기도 많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물속에서 악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발 담궜다가 큰일날 뻔 하였노라

부아강에서 20분 쯤 걸으면 라피키 롯지가 나타난다. 남아공 출신의 부부 크리스와 샌디가 만든 이 롯지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예약 가능한데, 은코타코타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는 시골 마을에 위치해있다. 자동차로 가는 편이 가장 쉽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사전에 픽업을 요청해서 나중에 픽업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될 것 같다. 라피키로 들어서기 전 작은 학교를 하나 볼 수 있는데, 크리스와 샌디는 마을에 학교를 지어준 것은 물론 숙박객들 중 뜻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학교 및 아동 후원을 진행한다고 한다.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수영하면서 숲을 구경할 수 있다
라피키로 들어서는 입구는 여러군데인데 수영장과 가까운 문에 자전거가 끼워져 있어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라피키에는 샤워실, 화장실, 침실, 베란다를 갖춘 3개의 숙소가 있고, 사진에 보이는 장소는 모든 숙박객들이 이용할 수 있다. 주로 식사, 차, 음주 등을 즐길 수 있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부엌의 모습
숙소 내부의 모습. 짚으로 엮은 지붕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숙소 내부의 모습. 이 숙소는 텐트 숙소이다.
화장실과 샤워실의 모습. 정갈하게 정돈된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크리스와 샌디는 과거 호숫가에서도 롯지를 인수하여 운영했는데, 운영을 잘해서 3성급 롯지로 발전시킨 후 다른 사람에게 팔고 은코타코타로 왔다고 한다. 산과 숲이 좋아서 이곳에 자리잡았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호숫가의 떠들썩함과는 상반되는 조용함이 산과 숲의 매력인가도 싶었다. 두 부부가 외진 시골마을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도 보기 좋긴 했지만, 도둑이 들면 어쩌나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다행히 부부는 마을에 물심양면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주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출처: Rafiki Safari Lodge and Camp

라피키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은코타코타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입구가 나온다. 입장료를 낼 때는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말라위인은 450콰차/거주 외국인은 약 6,000콰차/비거주 외국인은 약 8,500콰차를 낸다. 보호구역 내에는 작은 식당과 까페가 있어서 차가운 음료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음식이나 마실거리를 싸들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한 숙박할 수 있는 숙소도 몇 군데 있어서 굳이 라피키에서 머물 필요는 없으나, 라피키는 생긴지 3년 정도 돼서 상대적으로 깔끔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리고 사파리에 적합한 차량도 있어서 편리하다.

출처: Rafiki Safari Camp, 정말 드넓었는데 동물들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며 동물들을 볼 수도 있지만, 보호구역의 면적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도보는 추천하지 않는다.

출처: Rafiki Safari Lodge and Camp, 은코타코타 사파리에서 내가 본 유일한 동물...

보호구역 내에는 코끼리들이 단체로 나와 진흙에 구르는 모습을   있는 전망대(?) 비슷한 것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코끼리는 보지 못했다. 대신 엄청난 양의 코끼리 똥을 관찰하며 코끼리의 배변 시각을 유추할  있었다. 아마 그들의 배변 시각에 맞추어 갔다면 코끼리를 만날  있었을 수도... 부아강을 따라 걸어 내려오며 코끼리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렸지만 코끼리를   없었다. 처음에는 말라위 코끼리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날이 어둑어둑해지니 코끼리 울음 소리도 무서웠고, 보기보다 난폭한 코끼리에게 잘못 걸려 공격 당할  걱정된 나는 코끼리 똥을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대신 혹멧돼지(Warthog)몇마리 봤는데 새끼가 정말 귀여웠다. 작은 몸매에 반해 쏜살같은 날렵함이  인상적이었다.


출처: Rafiki Safari Lodge and Camp,  왼쪽 벽면에 걸린 것들은 탄자니아에서 딸이 결혼하면 어머니가 선물로 주는 마스크란다. 다산을 상징한다.

해가 지면 하이에나 등 위험한 동물들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 보호구역을 나왔다. 운이 좋지 않았던 건지 동물을 거의 보지 못했기에 사파리라기 보다는 숲 구경에 가까웠던 보호구역 탐방이었다. 더워서 짧은 바지를 입고 갔던 건 엄청난 패착이었는데, 피를 빨아먹는 파리가 다리를 집중 공격하여 괴로웠다. 동물은 보지 못했지만 다른 관광객들도 마주치기 쉽지 않을 만큼 넓은데다, 방문객의 수도 적어서 숲을 전세낸 듯한 기분을 주었던 은코타코타 보호구역!


딱히 재미가 있진 않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동물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기대없이 갔다가 아무 성과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도 숙박비나 입장료, 주유비가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던 건 말라위 특유의 감성-오바하지 않는-이 사파리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져서였다. 그냥 있는 거 보여주고 어떤 감언이설도 얹지 않는 순진한 장사꾼 같은 말라위의 감성이 관광지에서도 느껴졌다. 다른 나라같으면 사파리와 연계한 여러 관광상품을 만들어내고 보호구역 입구에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겠지만, 워낙 사파리가 유명하지 않는 나라인 탓인지 그냥 알아서 찾아온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고 마는 관광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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