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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1. 2021

이왕 주려면 좋은 걸 주란 말이야!

주고도 욕먹을 수 있는 말라위의 보답 문화

 말라위인 친구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더니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그러냐고 물으니  내용을 캡쳐해서 보내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2021 세계 소녀의 날을 맞아 말라위의 가장 오래된 통신업체 TNM  17 소녀에게 "일일 CEO" 체험과 선물을 선사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는 여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설전으로 오고  논란은 아니었지만,  트윗을 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소녀가 받은 선물에 주목하고 있었다.


"갤럭시 A3면 2016년 모델인데 왜 옛날 모델을 주는 거야?"

"안 팔린 재고품을 준 거 아니야?"

"돈도 많이 버는 회사가 왜 저런 선물을 주냐"


선물을 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TNM의 입장에 감정이입이 됐던 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공짜로 받아도 난리인가. 문득 과거에 겪었던 일이 떠올랐다. 초등학생 대상 백일장을 개최하여 상품으로 태양광 램프를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사업 홍보를 위해 상품 수여식 내용을 신문에 실었다. 예상과 달리 댓글로 본 민심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았다.


"상품으로 고작 태양광 램프를 준다고?"

"나 같으면 안받는다"


한국 같으면 그 물건이 무엇이냐에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예절인데 반해, 말라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친구의 설명이었다. 물론 어떤 것이든 감사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겠지만, 말라위 사람들은 선물을 준 사람의 형편에 부합하는 선물인지도 살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난한 사람이 건네는 100콰차에는 감사하겠지만 부유한 사람이 건네는 100콰차에는 불만을 가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여 친구의 논리에 따르면, NGO 씩이나 되면서 몇 천콰차 짜리 태양광 램프를 상품이랍시고 준 건 감사할 필요가 없는 일이 돼버린다. 마찬가지로 TNM 또한 엄청난 돈을 버는 회사가 고작 구형 휴대폰을 선물이랍시고 준 건 감사할 필요가 없는 일이 돼버린다.


이에 대해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부잣집이라고 초대돼 방문한 현지인의 집에서 보잘 것 없는 식사를 대접받는다면 불쾌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인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며 어떠한 기대를 처음부터 억눌러서 대단찮은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만, 말라위인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경우 불쾌감을 느끼고 비난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이러한 비난은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뒷담화의 형식으로써 암암리에 벌어진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나도 현지인에게 무언가를 주었을 때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긴 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분위기가 싸해진 경험이 있었다. '뭔가를 받는 것에 익숙해서 고맙다는 말마저 안하게 되는 건가?' 생각도 들었는데,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보잘 것 없는 것을 줘서 그랬던 것 아닌가 추측하게 된다. 또한 무언가를 줄 때는 1) 받는 이가 정말로 필요한지, 2) 받는 이의 형편에서 구입이 용이한지의 여부를 여부를 고민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내게 필요없는 물건이라서 타인에게 주며 생색을 내고 인사치레 정도 받고 싶을 뿐이라면 차라리 안주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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