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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1. 2021

말라위 릴롱궤의 숯불돼지구이 맛집

브완딜로(Bwandilo) 이야기

브완딜로(Bwandilo)의 토털(Total) 주유소 옆에서 고기를 굽는 상인의 모습

종교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고기가 있다면 그것은 닭을 비롯한 조류의 고기일텐데, 이슬람교와 힌두교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가 소고기 섭취 여부임에도 이 두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즐기는 고기는 바로 염소고기와 양고기이다. 하여 닭, 염소, 양 등은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고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종교적으로 가장 탄압받는 고기는 무엇일까? 이 세상의 주류 종교로 군림하는 사막 태생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멀리하는 돼지고기야말로 종교의 차이를 가르고 금기로써 종교적 믿음의 척도가 되는 고기라고 생각된다.


흔히 힌두교를 종교로 삼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들도 음식에 돼지고기가 섞이면 분노하고 아예 먹지를 않는다. 우간다에서 일할 때 한국음식 도시락을 먹은 파키스탄인 직원을 두고 인도인, 파키스탄인 직원들 전체가 심각한 분위기에 빠졌던 일이 있었다. 도시락에는 제육볶음이 있었는데 다들 나를 불러 이게 소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물었다. 이미 먹은 사람에게 죄책감을 지우지 않고 싶었던 나는 염소고기라고 거짓말을 했고, 나이 든 인도인 직원 디네쉬(Dinesh)는 나에게 "You are a liar"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주로 아프리카/중동 지역을 떠돌다 동남아의 라오스에 갔을 때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돼지고기가 너무 흔했기 때문이었다. 국수를 먹어도, 볶음밥을 먹어도 돼지가 있었고 심지어 상점 기둥에는 튀긴 돼지비계가 과자처럼 매달려 있었다. 돼지고기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에서 지낸 탓에 동남아에서 접한 돼지고기 천국은 무척이나 낯설었지만, 체류기간 동안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를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족발덮밥인 카오카무(Kao Ka moo)인데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삥무(Ping moo)는 또 어떻던가.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에 찹쌀밥 한주먹 그리고 땀막홍(Tam mak hong)이면 세상 진미가 따로 없었다.


초벌구이 해놓은 돼지고기를 잘라 굽는 모습

말라위에 오기 전 머물렀던 국가가 라오스였던 만큼 종종 라오스 음식이 생각나곤 하는데, 볶음밥 정도는 흉내내겠지만 다른 음식들은 그 맛을 재현해내기가 참 쉽지 않다. 돼지고기 요리래봤자 폭찹(Pork chop)이 그나마 찾기 쉽고 나머지는 중국요리라 선택의 폭이 좁다. 그래서인지 길가에서 발견한 돼지고기 숯불구이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Area 47 근처에 위치한 브완딜로(Bwandilo)에는 닭, 염소, 소, 돼지 등을 숯불에 구워서 판매하고 있는데, 고기 굽는 주변에 로컬 펍(Pub)들이 무리지어 있어 술 한잔 하기에 좋다. 과거에는 매춘이 성행하여 거의 매음굴 수준으로 여겨졌다고 하는데, 지금 내가 보기에는 그냥 야시장 같은 느낌이다.


브완딜로의 하루는 오후 3시 즈음부터 시작돼 새벽까지도 계속된다. 내 경우 늦은 밤에는 가 보지 못해서 어떤 모습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녁 8시 즈음이면 밤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고 각 펍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음악을 크게 켠다. 현지 젊은이들에게는 식사와 음주가 가능한 데이트 장소로 꼽히기도 하고, 중년의 남성들에게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털어놓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 바로 브완딜로다.

마늘, 레몬 가루를 뿌리면 돼지의 잡내가 어느 정도 제거된다

술집과 구이 노점이 한데 어우러진 브완딜로에 가면 고기를 골라 비용을 치룬 후 술집 앞에 자리를 잡는다. 자리에 앉는 순간 술집 직원이 와서 뭐를 마실 지 물어보는데, 이때 음료나 술을 말한 후 계산하면 병째로 테이블까지 갖다 준다. 고기 또한 다 익으면 플라스틱 접시에 토마토 샐러드와 함께 담아 갖다주는데, 이쑤시개로 하나씩 찍어 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테이블로 서빙된 구이의 모습

단골 손님에게는 비계를 서비스로 주기도 한다. 포장도 가능하지만 포장하게 되면 고기가 식어서 눅눅해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구워서 먹는 걸 추천하고 싶다.

닭과 소를 구워 파는 노점의 모습

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소, 닭, 염소 등 다양한 고기를 구워 팔기 때문에 무슬림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다만 종교적으로 엄격한 사람들은 유흥을 죄악시하여 브완딜로 자체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릴롱궤에도 fancy한 식당들이 많고 한식당도 몇군데 있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현지 문화를 맛보고 싶다면 브완딜로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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