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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13. 2021

성매매가 한 여성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된다?

말라위 성매매 이야기

지난 1월 COVID-19 예방 지침의 시행에 항의하기 위해 수도 릴롱궤의 거리로 나온 성노동자들의 모습. (출처: www.transcontinentaltimes.com)

 뉴스를 보다가 내 눈을 의심케 하는 소식1)을 발견했다. 말라위 성노동자협회가 성매매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는데, 음지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성매매 관련 소식이 속보로 전달된 것에 적잖이 놀랐다.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Lilongwe)를 비롯한 음주주(Mzuzu), 블랜타이어(Blantyre)의 성매매 가격이 인상됐다는 내용인데, 각각의 가격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말라위인 친구들에게 물어본 후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 

2021년 10월 12일에 발표된 성매매 가격 인상 소식(출처: Malawi Breaking News)

Short time과 Full time은 말 그대로 이용시간에 따른 차이인데, Plain이 이들 두 조건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은 피임도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랜타이어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낮은데, 그 이유는 말라위-남아공 간 교통이 활발한 지역인 탓에 성매매의 공급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서 라고 한다.


주말에는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한번 더 놀란 나는 제보자의 실명과 직책이 언급된 것에 또 한번 더 놀랐다. 인터넷 상에서의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려서 한번 발행된 뉴스도 가짜뉴스라고 정정하는 매체가 많기 때문에, 성노동자협회 SWAM(Sex Workers Association of Malawi)이 실제로 존재하는 단체인지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


검색해 본 결과 SWAM은 2017년 기사2)에 등장하는데, 이후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 조치 완화를 촉구하는 성노동자들의 시위를 다룬 2021년 기사3)에서는 단순히 Sex Workers Association이라고만 언급돼, 이것이 SWAM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다른 성노동자협회를 이야기 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이후 SWAM이 뉴스에 등장한 것은 이번 성매매 가격 인상 내용이 전부다.


공식적인 성노동자협회는 FSWA(Female Sex Workers Association)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는데, 총 $653,535, 한화로 약 8억이 안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FSWA4)에 따르면 성매매가 합법화 되지 않은 지금 2021년 기준 등록된 성노동자는 약 10,800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2015년에는 말라위 전체에 2만명의 성노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돼, 시간 경과를 고려해보면 현재 등록되지 않은 성노동자는 등록된 성노동자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FSWA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 성노동자가 말라위에서는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특이한 점은 말라위에서 성매매 자체는 합법이지만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성노동자의 직업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없는데, 이로 인해 성노동 시 발생하는 폭력, 절도 등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일반적인 사건 피해자와 달리 경찰의 보호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괴롭힘이나 학대를 당하는 처지에 놓이기 쉽기 때문에, 말라위의 성노동자들은 실재하는 "성노동"을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하여 합법화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말라위에서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도시의 술집이나 거리 뿐만 아니라 학교, 마을에서도 하룻밤 상대를 찾는 것은 매우 쉽고, 관광지나 번화가에서 벌어지는 일회적인 관계 외에도 지속적인 물질적 보상을 조건으로 한 장기적인 관계도 많다고 한다. 물질적인 꾐에 빠져 성관계를 갖고 임신한 소녀들이 자신을 임신시킨 남성을 "남자친구"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아 의아했던 나는, 매주 정기적으로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듣고 성매매가 사전적 정의를 넘어 다소 혼재된 의미로써 읽혀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족들을 부양하는 미혼모를 돕고 있다"며 자신의 성매매가 한 여성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보통의 연인처럼 선물을 주고 받는 관계"로 설명했는데, 성관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 등 감정 교류도 이뤄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연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NGO가 하는 일을 자신도 하고 있다는 투로 말하는 그에게 어이를 잃고 헛웃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의 논리에 '이런 생각도 있구나'라며 혼란을 느꼈듯이, 갖고 싶은 물건 또는 돈 몇 푼을 손에 넣기 위해 나쁜 어른들의 성노리개가 되는 여자아이들도 저런 논리에 현혹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를 처음에는 창녀로, 지금은 여자친구로 부르는 그의 성매매는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임신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자신의 어깨를 가리키며 "(그녀가) 임플라논을 해서 괜찮다"고 웃었다. 여성 피임장치인 임플라논은 계획적인 임신을 위해 현지 병원에서 대부분 무료로 보급되고 있는데, 이게 이런 대화에서 웃음으로 소비되는 것이 황당하기도 했다.


성매매 가격 인상 기사에는 약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가격이 저렴한 블랜타이어로 가야겠다", "돈 없으면 부인에게 매달려" 등 저급한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한편 성매매의 주된 대상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性상품화에 대한 우려, 그리고 말라위 내 성매매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접근 대신 흥미 유발성 기사를 내놓는 언론사에 대한 비난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성노동자들이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공권력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소수가 소수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점에서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성노동자들을 지지하지만, 성매매가 노동과 직업으로 다뤄짐에 따라 직업적 권익 향상에 대한 주장만 되풀이 되고, 정작 인신매매 및 아동 매춘 등의 사회 문제들이 부각되지 못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출처>

1) https://web.facebook.com/MalawiBreakingNewsAndSports/

2) https://www.nyasatimes.com/malawi-sex-workers-demand-righs-threaten-demonstrate/

3) https://www.transcontinentaltimes.com/malawi-sex-workers-protest-against-covid-19-regulations.html

4) https://times.mw/malawi-has-11000-registered-sex-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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