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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20. 2021

말라위 살리마에는 맹수가 없는 사파리가 있다

Kuti Wildlife Reserve

 말라위, 특히 "살리마"하면 "셍가베이 Senga bay"로 대표되는 호수가 연상되지만, 살리마에는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너머 넘실대는 호수 외에도 작은 규모의 사파리가 있다. 수도 릴롱궤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Kuti Wildlife Reserve는 릴롱궤에서 셍가베이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적인 이점 탓에 호수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자연에서의 캠핑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말라위의 공식 현지어인 치체와에서 꾸띠(Kuti)는 Where 쯤으로 해석되는데, 한국어로 "어디?"라고 짧게 묻기도 하듯이 말라위인들도 "꾸띠?"라고만 할 때도 있다. 인삿말(물리봔지 Muli Bwanji)에서 "Bwanji"는 이해 안되는 일이 있을 때, "봔지?"라고만 짧게 묻기도 한다. 굳이 한국어로 해석해보면 "뭐?" 정도 되는 듯 하다. 처음 꾸띠를 들었을 때는 힌디어로 암컷 개를 칭하는 꾸띠야(Kutiya)가 연상됐는데, 인도인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지가 궁금했다.


꾸띠의 주인과 인연이 닿아 차도 얻어타고 주인의 가이드도 받는 흥미로운 사파리였다.

입장료는 말라위인과 외국인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는데, 말라위인 성인 요금은 1,000콰차지만 외국인 성인의 경우 7,000콰차이다. 물론 거주 자격이 있는 외국인 성인은 3,000콰차라서 거주 또는 노동비자가 있는 경우엔 여권을 잘 챙겨가서 할인을 받으면 좋다. 외부 음식이나 음료를 반입하는 건 안된다고 하지만, 캠핑의 경우엔 아이스박스에 잔뜩 넣고 입장하는 것이 문제시 되지 않는다.


사파리 내부에 식당과 바가 있어서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데, 말라위의 국산맥주(?) 칼스버그가 한 병에 1,200콰차로 일반 바보다 2배 정도 비싸다고 할 수 있겠다. 음식은 셍가베이 호숫가의 호텔들보다 비슷하거나 살짝 저렴한 수준이다. 숙박의 경우 빌라/샬레/캠핑으로 나뉘는데 1인 1박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한다. 가장 비싼 쿠두(Kudu bush villa)의 경우 1인당 $45이며, 가장 저렴한 캠핑 비용은 1인당 $15이다. 텐트가 있다면 캠핑을 하는 편이 경제적이고 재밌는 추억이 될 듯 하고, 굳이 사파리에서 숙박할 필요가 없다면 셍가베이의 호텔로 향하는 것을 추천한다.


동물이 별로 없기로 악명이 높은 꾸띠를 처음 방문했던 2017년에는 염소를 주로 봤던 것과는 달리 2020년에는 몇 가지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꾸띠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상위 포식 동물이 없기 때문에 도보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얼룩말의 모습
사슴의 모습
너의 이름은?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다는 기린님의 모습

아직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많은 말라위이지만, 수도와 가까운 거리에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을 만한 장소가 많지 않아서 꾸띠의 방문 수요는 꽤 꾸준한 편이다. 내가 방문한 2020년 어느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나온 10대 청소년들을 비롯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동물이 많진 않지만 규모가 꽤 넓어서 조류나 파충류 등의 작은 동물들의 생태계도 잘 보존돼 있다. 꾸띠의 홈페이지(https://www.kuti-malawi.org/)를 보면 3,000헥타르(=900만평)의 규모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아무튼 꽤 넓다. 카무주 반다(Kamuzu Banda) 대통령 집권 시절 꾸띠는 소와 염소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방목장의 기능을 했지만, 정권이 교체된 후에는 소와 염소들이 없는 자리에 여러 야생동물들을 데려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꾸띠에서 바라본 석양의 모습. 뭔가 아시아의 논두렁에서 바라본 석양처럼 느껴져서 놀랐다.

꾸띠 주변에는 크고 작은 마을들이 위치해 있는데, 주민들이 땔감을 얻기 위해 철조망을 넘어 무단으로 침범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나무를 베어가는 것이 아니라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들을 주워다 나르는 주민들이 쫓겨나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주민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꾸띠 관계자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물었다.


사파리 내의 모든 것은 소유주의 소유인데 주민들이 도둑질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저 한번 들러 구경하는 게 전부인 나에게는 주민들을 야박하게 쫓아내는 모습만 인상적으로 다가왔지만, 꾸띠에 재산을 투자하여 가꾸고 있는 사람에게는 나뭇가지 하나 가져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겠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주민들이 무리하게 넘나드느라 철조망은 낮게 구부러졌고, 어느 철조망은 사람이 지나 다닐 수 있도록 조그마한 통로가 뚫려진 탓에 애써 데려온 동물들이 도망치거나, 도난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나뭇가지 좀 가져가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는 주장인데, 당장 한끼가 급한 사람들에게 자연보존이나 동물보호 같은 구호는 그들의 삶과 전혀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Kuti Wildlife Reserve 홈페이지>

https://www.kuti-malaw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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