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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다지 Oct 20. 2021

말라위에서 팔리는 신라면 가격은?

릴롱궤에서 만난 중국 내수용 한국식품

하잇

 말라위 릴롱궤에서 내가 연락하고 지내는 80년대생 워니님의 제보로 골든피콕(Golden Peacock)에 다녀왔다. 워니님은 나처럼 2003-2007년대로 이어지는 학번들의 감수성을 향유하는 분으로 무엇보다 리액션이 좋으셔서 대화할 맛이 나는 분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되겠다. 또한 여러 분야에 얕고 넓은 관심을 가진 나와 달리 덕질에 능한 분이라 전문적인 글도 잘 쓰는데, 앞으로 블로그 활동도 재개한다고 하니 향후 말라위 관련 글의 영역이 더욱 더 풍요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없으면 만드는" 워니님은 한식에만 몰두하는 나와 달리 유럽, 중국 등 각지의 음식을 곧잘 요리하는데, 특히 릴롱궤 시내 여러 마트들의 식자재 정보 등을 나에게 공유해주고 있다. 나는 워니님 덕분에 따로 발품 파는 수고로움을 덜고, 원하는 물건을 보유한 마트로 바로 달려가 구입한다.


워니님이 제보한 골든피콕은 나도 종종 들르는 마트지만 구입할만한 마땅한 물건이 없을 때도 많아서 일부러 찾는 마트는 아니다. 생활용품, 잡화, 사무용품 등 여러 물품들을 갖추고 있는 마트지만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중국식품인데, 쌀과자/간장/코코넛 음료수/잡곡 등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제품들을 득템할 때가 많다. 갈치나 고등어, 조기, 꽃게 같은 해산물도 인기 품목인데, 식품류는 금방 동이 나곤 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가지 않으면 헛탕치기 일쑤다. 하지만 같은 콤플렉스 내에 있는 작은 중국식품점은 배추, 무, 부추 등 야채와 두부 그리고 여러 자잘한 한국식품을 상시로 팔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 중국식품점을 찾는 김에 골든피콕 수퍼마켓도 둘러보는 코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중국식품점은 예전에는 식당이었는데 식당 장사가 시원찮았는지, 식당 한켠에서 야채를 쌓아두고 팔더니 2018년부터는 아예 식품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다.


빨려 들어간다
카스타드, 오예스, 오감자, 후레시베이, 초코파이...!

워니님이 보내준 사진대로 초코파이와 오감자는 물론 여러 한국 과자들이 있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오리온제과의 중국 내수용 제품인지 중국어로 도배가 돼 있긴 했지만 기본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날과 다를 바 없었다. 정겨운 겉모습과는 달리 가격이 사악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과자를 사본 적이 하도 오래돼서 이 가격이 아주 많이 비싼 건지는 잘 모르겠다. 초코파이는 6개입에 5,000콰차(=약7,500원), 오감자는 1,800콰차(=약2,800원)였다. 모두 한국에서 잘 먹지도 않았던 과자들이라 그냥 초코파이만 골랐다. 빠새, 꼬북칩, 옥수수깡 먹고 싶다... 

소주는 6,600콰차(=약9,800원), 쌈장은 4,350콰차(=약6,500원)
콩가루 묻힌 쌀과자는 진짜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11,000콰차(=약17,000원)이라 안샀다.
국수, 튀각, 고사리, 두반장의 모습. 저 튀각으로 보이는 제품의 경우 한국어가 쓰여 있어서 오히려 더 신뢰가 안 갔다고나 할까...

내가 골든피콕에서 산 물건은 음주주(Mzuzu) 커피 1kg, 초코파이 6개입 1상자, 두반장 1kg 1통이었다. 갈치도 있어서 살까 하다가, 너무 건조해보여서 안 샀다. 안 사길 잘했다고 자부해본다.


골든피콕을 나와 중국식품점으로 향했다. 가게로 들어서자 특유의 냄새가 나를 반겼다.

중국식품점의 내부 모습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야채인데 이날 야채 상태는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어떤 야채든 1kg에 1,500콰차(=약2,400원)이라 가격도 괘찮아서 부추를 구입하기로 했다.

신라면 5개입의 가격은 8,000콰차(=약12,000원)인데 이건 정말 아무런 고민없이 바로 집어 들었다. 정말 라면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구입 품목 아닌가.

냉동식품의 모습

식품점 한켠에는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냉동만두도 팔고 있다. 안경 쓴 여주인의 작은 콜렉션 같은 이 식품점에는 구석구석에 아이템들이 숨어 있어서 잘 보고 고르는 곳이 중요하다. 물건들은 주변 국가에서 버스로 가져오는 지, 테이프가 덕지덕지 발린 큰 상자에는 아직 진열하지 않은 한국과자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두부 2모(=3,600콰차, 약5,500원), 부추 1kg(=1,500콰차, 약2,400원), 신라면 5개입(=8,000콰차, 약12,000원)을 구입하여 식품점을 나왔다. 초코파이를 한입 베어 물어 미뢰를 일깨운 후 마파두부와 부추김치를 만들어 오감을 만족시키며, 중국이 내 말라위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기에 중국인들이 없었다면... 이날 내가 누린 소비의 기쁨 또한 가당찮은 것이었으리라...


<2016년 골든피콕 방문기>

https://blog.naver.com/african_jihan/220821741258

<2016년, 중국식품점이 식당이었던 시절>

https://blog.naver.com/african_jihan/22086588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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