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kg까지 빠져버린 쉼 없이 달려온 2024년을 돌아보며
2024년 12월 30일 나는 입사한 지 2개월 만에 상사에게 퇴사를 선언했다.
2024년은 나에게 정말 많은 변화가 있는 한 해였다.
2024년 2월은 고등학교 졸업 후 부사관에 임관할 예정이었다. 부사관을 선택했던 이유는 대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당장 대학에 갈 등록금이 없었고, 부사관이라는 직업이 돈을 벌면서 안정적으로 대학을 다니기에 좋다는 선생님의 권유로 고등학교 3학년 부사관을 준비하였다.
그렇게 지원했던 부사관 시험에서 합격하고 임관할 예정이었지만, 나는 임관을 포기했다.
필수 복무 4년이라는 기간과,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하였다.
그래서 고등학교에서 내신은 잘 챙겨놓았으니, 다음 연도에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하였고 2024년 한 해는 돈을 모아 대학에 가자는 목표와 항상 해외살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해외로 공부하러 갈 수 있도록 영어공부를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2024년 3월 나의 가장 친한 절친이자 가족이던 엄마가 안 좋은 사건에 휘말리시면서 구치소로 가게 되었다. 때마침 그 시기가 나에게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처음 해보는 여러 아르바이트들과 변화들이 있던 시기였기에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가장 가깝고 의지하던 가족이 순식간에 나의 곁을 떠나니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들었다.
처음으로 월세와 전기세, 관리비 등등을 내가 납부해 보고 모든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닥치니 정말 막막했다. 또 내년에 대학을 가기 위해 모으기 시작했던 돈을 변호사 비용으로 모두 써버리니 지금 내 상황에서 대학은 사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구치소에 들어간 엄마의 모습은 내가 처음 보는 매우 약한 엄마의 모습이었고 매일을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주저앉을 수 없었기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불쑥 찾아와도 '내가 무너지면 우리 엄마는 누가 책임지나'라는 생각으로 씩씩하게 버티려고 노력했다. 엄마를 볼 때면 눈물이 울컥 올라왔지만 매번 애써 웃으며 내가 엄마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렇게 이자카야에서 매일 12시간씩 서서 일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몇 개월은 훌쩍 지나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져 갔다. (게다가 오픈 멤버고, 식당을 처음 해보는 사장님이셔서 체계가 안 갖추어진 정말 바쁜 매장이었다 ㅠㅅㅠ)
그러다 2024년 6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연락이 왔다.
"요즘 뭐 하고 지내?"
선생님께서는 내가 부사관에 안 갔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하셨고, 나는 현재의 근황을 말씀드렸다.
그때 선생님께서 국가에서 하는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제안해 주셨고 6월부터 10월 말까지 그 프로그램을 들으며 정말 열심히 나의 미래를 준비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며 지금 이 프로그램을 들으며 익힌 기술들을 열심히 쌓아서 차후에 해외 취업도 하고 학교도 가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매일을 쉬지 않고 배운 것들을 연습했다.
그러다 프로그램을 듣던 곳의 취업 컨설턴트 분께서 본인이 이번에 00 회사의 새로 생기는 부서에 부서장을 제안받게 되어, 그 팀원으로 나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지만, 내가 듣고 있던 프로그램과 사뭇 다른 업무처럼 보이기도 했고, 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나는 해외살이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고, 대학에 대한 마음도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런 우려되는 점들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회사에 해외 부서가 있다, 나중에 네가 그곳으로 가면 된다, 회사에서 대학 지원 해줄 거다, 등등 희망적인 말들을 반복하셨고 나는 그렇게 덜컥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처음 11월에 입사를 하고 사무실에는 나랑 새로 같이 들어온 팀원 한 분이 계셨다.
업무에 대해 나도 그 팀원 분도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회사에 인수인계를 요청했지만 그 마저도 입사한 지 2주가 지나서야 이루어졌고, 그 인수인계마저도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내가 배정된 부서 내에 확정된 사업이 없어 아직 해야 할 업무가 없었고, 계속해서 회사 전자결재 시스템에 있는 계약 프로세스, 내부 규정 등등.. 이해는 되지 않지만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그 기간 동안 지금의 상사분은 자신의 다른 업무로 인해 거의 한 달 동안 출장을 다니셨고 사무실에 나랑 팀원 한 분이서 덩그러니 남겨진 채 진척이 보이지도 않는 내부 규정들과 프로세스들만 익혀갔다.
그 시간은 나에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아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거 같고, 이 불투명함 속에서 하루하루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지내다 보니 나의 미래에 대해 불확실해져 갔다.
그 무렵 같이 일하시던 팀원 분이 퇴사 의사를 밝히셨고, 나 또한 이런 목표 없는 불확실한 회사에서 매일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퇴사의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
사실 퇴사의 이유는 어떠한 특정 이유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퇴사할 때 하나의 이유만으로 퇴사하는 게 아니듯 나 또한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게 12월 30일 퇴사의 의사를 밝혔다.
상사분께서는 퇴사 의사를 밝히자 너의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호주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내가 너무 잘해줬다고 생각이 든다 등등의 다양한 말들을 하셨다. 사실 죄송한 마음도 든다. 어쨌든 나를 믿고 회사에 데리고 오셨는데 퇴사 의사를 밝히니, 상사분 입장에서는 나처럼 무책임한 직원이 어디 있겠는가..
퇴사를 준비하며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였다.
그렇게 병원에 가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160cm에 33.6kg라는 체중이 나왔다. 집에서 몇 번 체중을 재긴 했지만 같은 숫자가 나왔을 때 '체중계가 망가졌나 보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숫자였는데 실제로 그 체중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런 나의 체중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2024년 48kg에서 시작한 체중이 33kg가 될 때까지 나는 참 나를 돌보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날짜는 2025년 1월 7일 퇴사 3일 전이다.
아직도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드는 한 편으로는 잘해보고 싶다는 희망이 들기도,
내 미래를 위해서 퇴사하고 열심히 다시 달려보자! 하는 마음이 드는 한 편으로는 그냥 다 던져버리고 도망치고 싶기도 하다.
2024년 한 해는 참 많은 깨달음을 얻은 한 해였다. 넘어지며 깨져도 보고 내 한계를 느끼기도 해 보는 한 해였기에 그만큼 내가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나는 이런 상황이 나에게 일어난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5년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떠날 것이다. 앞으로 나의 여정을 이렇게 글로 남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