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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재 Jan 19. 2021

#1 "The gate has been changed"

USA. Airport in LA

"The gate has been changed..."

오랫동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꾸던 남미여행

그 꿈을 펼치기도 전에 막을 내릴뻔했다.




LA 공항 입국장 (pm. 9 : 00)

페루 리마로 넘어가기 위해 인천에서 LA로 넘어왔다.

10시 15분 출국이라 게이트에 가서 잠깐 휴식을 하고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로 와서 10시간 만에 Wifi를 켜고 여유를 부리기 시작한다.


LA 공항 8번 GATE (pm. 9:50)

보통 출국 25분 전이면 게이트에는 설레는 표정 가득한 여행자들과

유니폼을 입고 출국 준비를 하는 공항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들이 보여야 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모습은 너무 평화로웠다.

이렇게 평화로워도 되는 건지 이상할 정도였다.

다시 한번 티켓을 확인해 봤지만 10시 15분 8번 GATE라고 정확히 쓰여있었다.

그렇게 난 티켓에만 의존하고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LA 공항 8번 GATE (pm. 10:00)

15분 전이면 벌써 탑승했어야 하는데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정말 바보같이 그제야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직원에게 뛰어가서 내 티켓을 보여주니 그분이 말씀하셨다.


"The gate has been changed..."
"..."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청팀 바통을 받고 운동장 반바퀴를 미친 듯이 뛰었던 그때처럼 나는 달렸다 미친 듯이...


LA 공항 기억도 나지않는 GATE (pm. 10:10)

이곳에도 설레는 표정 가득한 여행자들은 하나도 보이질 않았지만

유니폼을 입고 출국 준비를 마친 공항 직원들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벌써 탑승을 끝내고 게이트를 닫았던 것이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굉장히 적극적으로 불쌍한 표정과 함께 "Help me please......"

하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직원은 NO를 외쳤다.

당연한 결과였다. 다시 게이트를 연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내 160만 원과 그토록 꿈꾸던 남미 여행을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야할까...

그럴수는 없었기에 한 번만 더 시도해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불쌍한 표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하면서 "Please...Please..." 한 번 더 외쳤다.

그런 내 모습이 정말 불쌍해 보였는지 잠깐 무전을 하고 난 후에

두 번 다신 열리지 않을 거처럼 묵묵히 닫힌 게이트가 활짝 열림과 동시에 나의 남미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만 여행에서도 예기치 못한 변수들은 수없이 많이 생긴다.

그때마다 나한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여기고 그 순간을 조금 더 즐기는 편이 더 좋은 거 같다고 조심스레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면서 나의 여행 혹은 우리들의 여행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얘기들이 정말 좋았던 장소 또는 정말 좋았던 그때의 행복한 순간들도 당연히 있지만

의외로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 혹은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여행을 망칠뻔한 이야기들도 굉장히 많다.

그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나에겐 꽤나 큰 추억으로 남게 되었고 그 추억들을 앞으로 꺼내보려한다.


#남미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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